[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법원이 3일 최순실(60)씨 구속영장을 발부한 건 한편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4일 '수사 수용' 입장을 밝힌 것 또한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제시하고 서울중앙지법이 인정한 최씨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와 '사기미수'다. 이 가운데 직권남용 혐의는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죄목이다. 검찰은 최씨가 쥐락펴락하며 사금고화한 미르ㆍK스포츠 재단의 기업 강제모금을 공무원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중간에서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박 대통령과의 '직거래', 또는 박 대통령의 승인이나 묵인 아래 벌인 판에서 안 전 수석이 '행동대장' 노릇을 했고, 결과적으로 최씨와 안 전 수석이 공범이니 민간인인 최씨도 직권남용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검찰이 둘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직접 접촉한 정황은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그런데도 법원이 검찰이 제시한 혐의사실을 인정했다는 건, 모든 사태의 '정점'으로 의심받는 박 대통령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란 논리적 개연성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최씨는 모르고,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그린 그림 자체가 박 대통령이 빠지면 설명이 안 되는 내용이고 법원이 이를 인정한 것"이라는 게 최씨 구속과 안 전 수석 조사 내용을 살펴본 다수 법조인의 공통된 분석이다. 최씨는 검찰 조사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내내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고 한다.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건 검찰의 범죄사실 소명이 비교적 충분했고, 법원이 피의자의 항변을 '증거를 인멸할 우려'로 돌려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정황 또한 앞으로 검찰의 칼끝이 박 대통령을 겨눌 수밖에 없음을 나타낸다. 최씨 등의 방대하고 다양한 혐의와 의혹 가운데 기업 강제모금 혐의와 관련한 남은 쟁점은 오고간 돈을 '뇌물'로 규정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검찰이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뇌물이 아닌 직권남용으로 검찰이 사건을 계속 끌고가면 문제가 된 재단들의 설립이나 운영 자체는 인정할 만한 것으로 본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운영 방식, 즉 강제모금 행위만을 도려내 죄로 규정하는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뇌물 혐의를 적용하면 기업들이 박 대통령을 보고 그의 측근들을 향해 뇌물을 공여한 모양새가 된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포괄적 뇌물수수의 피의자로 곧장 혐의가 발생하고 기업들도 모두 사법처리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대한 보호하는 쪽으로 수사망을 쳤다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는 대목이다. 검찰은 "법리상 뇌물죄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정치권 합의로 특별검사가 출범하면 이 지점에서부터 사건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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