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청와대 교감 아래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그릇 삼아 국내 대기업 자금을 그러모은 의혹 관련 재계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는 3일 오후 2시부터 삼성그룹 김모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무를 상대로 삼성그룹이 두 재단에 출연하게 된 경위를 추궁하고 있다. 출연 과정에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삼성 측이 반대급부삼아 요구한 것은 없었는지가 규명 대상이다. 미르, K스포츠 두 재단은 각각 국내 16개 그룹(486억원), 19개 그룹(288억원)으로부터 단기간 내 총 774억원을 출연받아 설립됐다. 삼성그룹도 미르재단에 전자 60억원, 물산 15억원, 화재·생명 각 25억원 등 총 125억원, K스포츠재단에도 79억원을 출연했다. 검찰은 삼성 측이 최씨가 소유한 독일 법인 ‘비덱스포츠’에 35억원 상당을 송금한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 조성원을 추적하고 있다. 비덱은 최씨가 K스포츠재단 자금을 빼돌리려 한 의혹을 받는 업체다. 검찰은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그가 국내 법인 더블루케이를 동원해 K스포츠재단 자금 7억원을 빼내려다 실패한 혐의(사기미수)도 적용했다. 삼성 측은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십억원대 말을 후원하고 승마 경기장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검찰은 전날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팀 감독을 불러 정씨가 그랑프리 우승마 ‘비타나V’를 구입하게 된 경위 등을 확인했다. 대한승마협회 회장, 부회장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과 황성수 전무가 최씨 귀국 직전 독일로 출국한 정황도 불거졌다. 검찰 관계자는 “출입국 관련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및 개인회사 더블루케이를 통해 국내 대기업 및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들로부터 자금 및 일감을 끌어낸 과정이 비자발적이었다고 결론내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와 공모 하에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당초 거론되던 제3자 뇌물공여 혐의의 경우 자금·일감을 내놓은 기업들로부터의 부정한 청탁 등 대가성을 입증하기 곤란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짚인다. 이와 관련 재단 출연금 모금 당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인 경제수석을 바라보고 노동개혁 5대 법안, 기업구조조정 특별법(이른바 원샷법), 서비스기본법 등 현안을 지닌 재계가 ‘뇌물’을 건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을 보필하는 참모로서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 직접 수사 여론도 힘을 얻고 있다. 김현웅 법무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도 엄중한 상황임을 충분히 알 것으로, 저희도 수사 진행결과에 따라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면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검토해 건의할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수사를 자청할 때는 제한 없이 조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현직 대통령은 형사소추의 대상이 아니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하던 수사팀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며 전향적 태도를 내비췄다. 검찰은 최근까지 롯데, SK 그룹 임원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나머지 국내 대기업 50여곳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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