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값 물어내라' 동계올림픽 내다보고 땅 산 최순실

유치 두 번 무산되자 '강원도지사에게 책임 추궁했다' 최순실씨 지인 증언
崔, 본인과 딸 명의로 평창 땅 투기…경기장 건설 시공사 선정에도 압력 의혹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비선 실세' 논란의 중심인 최순실씨(60)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평창 일대 땅을 매입한 뒤 동계올림픽 유치가 두 차례나 무산되자 당시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이던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70)에게 '내 땅값 물어내라'며 책임을 추궁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동계 올림픽 유치 이후 대회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김 전지사가 물러난 것도 최씨 등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후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7)의 퇴임 배경에도 최씨와의 갈등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평창올림픽 조직위가 최씨의 손아귀에서 움직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유라씨가 몸 담았던 승마계에서 최씨와 잘 알고 지낸 A씨는 "동계올림픽 유치가 두 번이나 무산되자 최씨가 강원도지사에게 '내 땅값 물어내라'며 책임을 추궁했다"고 했다. 최씨는 2002년 7월 24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이목정리 무수정골 인근의 땅 1만8713㎡(5670평, 8필지)를 한꺼번에 사들였다. 이를 시작으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인근 도사리의 임야와 목장용지 등을 추가로 매입했다. 이곳은 이목정리에서 직선으로 약 3㎞ 떨어졌다. 최씨 단독 소유에 정씨와 공동 명의로 된 토지까지 총 면적이 24만9144㎡(약 7만5000평)다. 최씨가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시기는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경쟁에 뛰어든 시점과 맞물린다. 평창은 2003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밀려 유치에 실패했다. 2007년 7월 4일 과테말라에서 발표한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두 번째 도전장을 던졌으나 러시아 소치에 밀렸다.

사진=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3수 끝에 평창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았던 김 전 지사가 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것도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 의혹을 제기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50)은 당시 "김 위원장의 사퇴가 김기춘 (전)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윤회씨(최순실씨 전 남편) 사이의 암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정황들이 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이 물러나기 두 달 전에는 조직위가 감사원 특별조사국으로부터 회계 및 운영 등에 관한 특별감사를 받았는데 이 역시 김 전 위원장을 겨냥한 외압이라는 추측이 돌았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정윤회씨는 조용하고 점잖은 성격이다. 최씨한테는 꼼짝도 못할 정도였다. 대부분 시끄러운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최씨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승마계에서는 박 대통령과 정권 핵심 인사들이 최씨 가족의 뒤를 봐준다는 소문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다. 도지사 시절부터 최씨와 잡음이 있던 김 지사가 박 대통령 취임식을 준비하면서 또 한 번 미운털이 박혔을 것으로 추측되는 증언도 나왔다. 취임식 행사 총감독을 맡았던 뮤지컬 연출가 윤호진씨(68)는 한 매체와 인터뷰하며 "대통령 취임식 한복을 디자인한 김영석씨(53)가 숭례문 전체를 대형 오방색 천으로 감싼 뒤 제막하는 행사를 하겠다고 고집했다"고 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하면서 화재 위험 등을 이유로 우려를 표해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오방낭' 복주머니에 국민들의 소망을 담는 행사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에 이어 조양호 회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은 뒤에도 최순실씨가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에 개입한 흔적이 포착됐다. 최씨가 지분 100%를 보유해 지난 1월 설립한 개인회사 더블루K가 3월 8일 임시경기장 건설 업체인 스위스 '누슬리'와 손잡고 3000억 원 규모의 평창 올림픽 경기장 임시 관중석·부속시설 건설 수주를 따내려고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조직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누슬리라는 업체를 사업 주체로 검토해보라는 문체부의 지시가 있었지만 결재권을 가진 조양호 위원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 위원장도 취임한지 1년 10개월 만인 지난 5월 3일 사퇴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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