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공든 탑 '문화융성사업'

초유의 사태에 문체부 등 관련기관 직원들 '좌초될까' 전전긍긍
예산 삭감 불가피…차은택 前문화창조 단장 중국서 잠적한 듯

문화창조융합센터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이주현 기자]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추진돼 온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사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최순실씨와 그의 측근들이 관련 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상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문화융성사업의 한 축을 맡았던 CJ그룹은 예정대로 K-컬처밸리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어서 문화융성사업은 관주도에서 민간기업주도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최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7일 미르·K스포츠재단 이사장 사무실과 주거지, 문화체육관광부, 창조경제사업단 사무실 등 모두 일곱 곳을 압수수색했다. 문체부는 두 재단의 설립 허가를 하루 만에 내줘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창조경제사업단은 광고감독 출신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관련이 있어 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초유의 사태에 문체부 등 관련 기관 직원들은 긴장하고 있다. 문체부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어수선하다. 매일 새로운 의혹이 터지고 있어 정신이 나갈 지경"이라고 했다. 그는 "대부분이 배신감을 느끼지만 애써 추진해온 문화융성 사업 등이 좌초될 위기에 놓여 전전긍긍한다"고 했다.26일 시작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창조경제' 예산도 성과가 부진하면 상당 부분 깎겠다"고 했다. 특히 차 감독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문체부의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사업'은 벼랑 끝에 몰렸다. 예산 1278억원이 전액 삭감될 처지에 놓였다.
문화창조융합벨트는 문화융성 사업의 핵심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문체부 산하 문화창조융합본부가 주도했다. 차은택 감독이 초대 본부장을 맡았다. 이미 운영 중인 두 기관은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다"면서도 불안해하는 눈치다. CJ그룹은 예정대로 K-컬처밸리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CJ그룹 관계자는 28일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동요없이 사업을 진행해 국내 대표 문화기업으로서 '한류'가 단기간에 소멸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K-컬쳐밸리는 CJ E&M 컨소시엄이 1조4000억원을 들여 고양시 일산동구 한류월드부지 내에 공연장ㆍ호텔ㆍ테마파크ㆍ상업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CJ그룹은 지난 5월 정부에서 추진 중인 문화창조융합벨트의 핵심사업으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대화동과 장항동 일대에 공연장, 호텔, 테마파크 등을 짓는 K-컬처밸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단순 탑승기구 위주인 테마파크가 아닌 '미디어 콘텐츠 결합 체험형' 공간으로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스토리를 입힌 라이드 등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와 같은 한류 콘텐츠파크로 꾸며진다.

K-컬처밸리 조감도

세계 최초의 한류 콘텐츠파크인 'K-컬처밸리'는 경제적 효과만 8조7000여억원에 달하며 5만6000명의 고용창출, 연간 500만명의 관광객 유치, 연관산업 및 지역경제와의 시너지를 내면서 국가경제의 신성장 동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CJ는 K-컬처밸리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CJ E&M(영화, K-팝), CGV(4DX, 스크린 X), CJ푸드빌(한식 세계화) 등의 K-컬처 콘텐츠가 전세계로 전파돼 고부가가치 콘텐츠 사업 모델 개발 및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가 한류 콘텐츠파크 핵심 주관사로 나선 것은 국내 대표 문화기업으로서 문화사업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당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재속에서도 총 1조4000억원의 투자 결정을 단행한 이유다.한편, 최순실 씨가 운영한 비선 모임의 핵심 멤버로 거론되는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의 행적이 묘연해 잠적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베이징 소식통들에 따르면 차은택 전 단장은 이달 초 일부 매체와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드라마를 제작 중이라고 밝힌 뒤 최순실 사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연락이 끊긴 상태다. 그의 휴대전화는 지난주부터 꺼져있는 상태다. 또한, 중국 현지 연예기획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최근 그를 봤다는 사람이 없다.

문화창조융합센터

한국 검찰은 독일과 중국에 각각 머물고 있다는 최순실씨와 차은택 전 단장의 소재를 법무부 등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는 2014년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창조경제추진단장까지 지내면서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문화 관련 사업을 따내며 다양한 잇속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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