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성 정보 사전유출·오너家 편법 증여 등 의혹 끊이지 않아…사태 해법에 관심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17일 오전 9시30분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악재성 정보 사전 유출 혐의로 한미약품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집무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미약품 본사는 국내 신약 개발의 전초기지나 다름없는 곳이기에 국내 제약업계가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한미약품은 제약업계 삼성전자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는 회사다.임 회장은 지난해 8조원대 신약 기술수출로 국내 제약사(史)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제약업계에서는 그동안 임 회장을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경영인', '끝없이 노력하는 역발상의 승부사'라고 평가해왔다.임 회장은 1967년 서울 종로 5가에 '임성기 약국'을 열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약국을 찾는 환자들에게 신뢰를 주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다른 약사들이 꺼려했던 성병 치료제를 취급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또 그는 국내 최초의 '가운 입는 약사'였다. '가운은 의사만 입는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려 자신의 경쟁력으로 삼은 것이다.큰돈을 벌었지만 임 회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1973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한미약품을 설립하며 제약사 경영인에 도전했다. 이후 40여년이 지난 현재 임 회장은 후발주자인 한미약품을 '신약 명가'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임 회장의 일관된 전략은 차별화였다. 한미약품은 복제약에서 출발해 개량ㆍ복합신약이란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냈다.2000년대 후반에는 신약 기술에 도전했다. 신약개발은 실패확률이 95%가 넘는다. 임상개발 단계에서만 연구개발(R&D) 투자에 1000억∼2000억원이 든다. 이 때문에 한 때 회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은 적도 있었다.그러나 임 회장은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까지 R&D에 쏟아 부은 금액만 5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임 회장의 결단은 결국 지난해에만 총 8조원 규모에 이르는 신약 기술수출 계약이라는 결실을 맺게 했다.임 회장의 대박 행진 이면에는 어두운 영업행태도 존재한다. 한미약품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약사를 처벌하는 쌍벌제를 정부에 건의한 대표 제약사였다. 그럼에도 한미약품은 지난 2009년 7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쌍벌제 이후에도 리베이트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 회장은 이중적 영업행태에 대한 비난을 받았다.임 회장은 미성년자 주식 증여로도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임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열 살도 안 된 손자ㆍ손녀 7명에게 수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증여했다. 시세차익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법의 허점을 이용한 증여라는 비판이 팽배했다.한미약품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은 한미약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내 제약 및 바이오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임 회장이 이룬 그동안의 업적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임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남들보다 한발 먼저 가야한다"고 말했다. 실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갔던 임 회장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그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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