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토종기업]한국에 라면 처음 선보인 '삼양식품'의 굴욕

점유율 계속 하락하며 3위 마저 위태로운 상황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라면의 원조' 삼양라면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국내 라면 시장을 처음 열고 한때 시장 점유율 90%에 육박했던 삼양식품이었지만 최근에는 농심, 오뚜기에 이어 3위 마저 위태한 상황이다.13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농심과 1, 2위를 다퉜으나 2013년을 기점으로 오뚜기에 밀리며 업계 3위로 내려 앉았다. 실제 작년 말 기준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이 61.6%로 1위였고 오뚜기가 18.3%로 뒤를 이었다. 삼양식품은 11.4%에 머물렀다. 삼양식품의 시장점유율은 1985년만 해도 40.9%에 이르렀던지만 2011년 12.8%로 급감한 뒤 2013년 11.7%, 2015년 11.4% 등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올 1분기에는 10.3%까지 떨어졌다.특히 오뚜기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4위 팔도와의 격차는 줄어들고 있어 라면 원조의 체면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평가다.지난해에는 2002년 이후 13년만에 순손실 34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71억43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6.5% 줄었다. 매출도 7.5%나 감소했다.경쟁사들에 비해 히트작이 없었고 오너가 외식사업으로 눈을 돌렸던 것이 추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프리미엄라면 돌풍을 몰고온 ‘진짬뽕’은 오뚜기가, 짜장라면 인기를 선도한 ‘짜왕’은 농심이 각각 출시해 인기를 끌었지만 삼양식품은 수년간 업계 트렌드를 이끌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한국식품연감에 따르면 대표 제품인 삼양라면은 2006년 이후 매출 톱(TOP)5에서 농심의 신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너구리 등과 줄곧 순위경쟁을 벌였으나 지난 5월 기준 순위 밖으로 밀려나기까지 했다. 또한 창업주 전중윤 명예회장이 타계한 이후 전인장 회장이 2010년 경영권을 승계받은 후 외식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를 늘렸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본업인 라면사업은 물론 신사업인 외식업까지 삐걱댄 것이다. 특히 전 회장이 신사업에 주력하는 사이 본업인 라면에서 마저 경쟁력이 약화됐다.더 심각한 것은 오너가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다.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애국하는 마음으로 라면을 생산했다"고 말해온 전중윤 창업주와 달리 전 회장이 단독 경영을 맡은 후부터 구설에 오르는 사례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전 회장이 단독 경영을 맡은 이후 계열사 부당지원, 오너일가 부당이익 편취, 유령회사 논란 등이 잇따라 불거지며 기업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3위 자리까지 위태로운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팔도가 편의점, 대형마트 등 자체상표부착(PB) 라면의 비중이 높아 삼양식품과 팔도의 순위는 이미 오래전에 바뀌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이 영업이익 감소, 시장점유율 하락, 오너의 모럴헤저드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이는 전 회장의 경영능력에 불명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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