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수다] 전국 맛지도 속의 할매들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우리나라는 이제 1일 생활권이 되었다. 조금 먼 곳도 아침에 출발해 볼일을 보고 한 끼 식사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러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고, 여행이나 출장길의 먹거리 정보 체크 역시 꼭 해야 할 일이 되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전국의 맛지도를 그리고 소셜 네트워킹(SNS)을 통해 주변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맛지도 중에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프렌차이즈가 있다면 바로 ‘할매표’일 것이다. ‘할매’는 주로 경상도나 전라도에서 사용하는 할머니의 사투리이지만 맛지도에서는 구수한 고향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매뉴얼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할매표’는 한국의 가장 큰 프렌차이즈 브랜드쯤으로 인식할 지도 모를 일이다.

부산 할매재첩국

할매순대, 할매김밥, 할매재첩국, 할매파전, 할매보쌈, 할매국밥, 할매추어탕, 할매국수 등 할매들이 만든 음식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이 되었다. 어렵고 힘든 시절 할매들은 생계를 위해 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집에서 만들던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을 것이다. 가족들을 위해 만든다는 마음으로 재료를 아끼지 않고 인심 좋게 넣었고 맛을 내기 위해 정성을 다했을 것이다. 정량화된 레시피를 만들어 두지 않았으니 할매의 개인적인 손맛으로 맛이 결정되는 건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매일매일 요리하는 할매들은 대충대충 넣어도 그 손은 저울이 되고 계량스푼이 되어 특별한 비법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그 할매들의 손맛이 아니라 아들, 딸, 며느리에게 전해진 할매들의 음식들을 맛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어릴 적 연기 자욱하고 검게 그을린 부뚜막에 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던 할매의 정성 어린 손맛이 생각나기에 할매표를 찾게 되는 것이다. 요리하는 환경이 달라지고 식재료들은 변해가고 있지만 옛날 할매들이 만들어낸 맛의 비법인 인심과 정성은 계속 전달되어지고 지역마다 솜씨 좋은 새로운 할매들의 등장으로 지역의 맛을 잘 살린 새로운 맛지도를 기대해 본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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