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화학상…'분자기계' 만든 세 명 공동수상(종합)

기초과학으로서의 화학 위상 높여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계인 '분자기계'로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소바주, 스토터트, 페링하 교수(왼쪽부터).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초분자체(supermolecule)를 이용해 분자 기계를 구현할 수 있는 원리를 밝혀낸 이들에게 올해 노벨화학상이 돌아갔다. 에너지 운동으로 직접 변환할 수 있는 '기계운동'의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정교하게 구현하고 제어하며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분자 시스템을 고안하고 제작한 공을 높이 평가받았다. 다만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한계점이 없지 않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프랑스의 장피에르 소바주 스트라스부르대 명예교수(72세), 영국의 프레이저 스토더트 노스웨스턴대학 교수(74세), 네덜란드의 베르나르트 페링하 흐로닝언대학(65세)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들은 분자기계라는 개념을 확장시켜 나노카를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나노카(Nanocar)는 눈에는 보이지 않은데 바퀴가 있는 등 모양새가 자동차를 닮은 아주 작은 구조를 말한다. 나노(Nano)는 10억분의1m를 말한다. 1983년 분자 기계에 대한 첫 번째 단계를 장 피에르 소바주 교수가 열어 젖혔다. 소바지 교수는 '캐터네인(catenane)'으로 이름붙인 체인 형태의 두 개의 링 분자를 얽어 링크시키는데 성공했다. 자유롭게 운동하면서 떨어지지 않는 '캐터네인'을 만든 셈이다. 분자에 대해 '기계적 결합'으로 얽은 셈이다. 자연적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소바지의 첫 번째 단계는 실용적 측면에서는 부족했다. 이를 이어받은 이가 영국의 프레이저 스토더트 교수이다. 프레이저 스토다트 교수는 1991년 로탁세인(rotaxane)을 개발했다. 막대기에 분자 고리가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 분자 운동이라는 게 복잡하고 제어가 힘든데 방향성을 갖는 개념으로 정립시켰다. 이어 페링하 교수가 '분자 모터'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1999년 같은 방향에서 계속 소용돌이치는 '분자 모터'를 개발해 새로운 개념으로 확장했다. 페링하는 분자를 정밀하게 설계해 단 방향성의 회전운동을 구현한 셈이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계를 개발했다(They developed the world's smallest machines)"고 설명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올해 노벨화학상은 분자 하나하나를 가지고 기계장치를 분자수준에서 만들어보겠다는 꿈같은 일을 실현시킨 것에 높은 점수를 준 것 같다"며 "원자 하나하나를 핀셋으로 집어다 이어붙일 수 있다는 개념으로 화학적으로 매우 재미있고 창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분자를 목표로 합성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으로 고안한 인공 구조체를 새로운 방법을 적용해 구현했다"며 "기초과학으로서의 화학 위상을 한층 높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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