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가로막는 진짜 장애물은 與 친박 강경파…브레이크 없는 '질주'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의정 사상 초유인 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은 누구의 작품일까. 의사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일주일째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당에 강도 높은 공세를 이어가는 새누리당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자, 원인이 친박(친박근혜) 강경파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1일 계룡대에서 열린 제 68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인사를 한 뒤 돌아서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 친박 강경파= 1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의장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3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나란히 조우했다. 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비공식 대화에서 서로 이견만 확인한 채 오히려 '강 대 강'의 대치 국면을 심화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정 의장은 "모든 것을 법대로 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정 원내대표는 "의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수습하라"고 맞섰다는 것이다. 앙보없는 설전에 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협상을 가로막는 진짜 장애물은 여당 내 친박 강경파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감 거부 투쟁을 주도한 친박 강경파가 국회 정상화 요구와 기회마저 내팽개친 채 '정치적 완승'이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야(對野) 전선의 선봉을 맡은 친박 강경파로는,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이 꼽힌다. 3선인 조 최고위원 등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초·재선이다. 계파 내부에서도 유독 충성도가 높은 이들이 행동대장이나 대원으로 나선 격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향후 여당의 정치적 행보를 제한하는 덫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이정현 대표의 '신의 한 수', 무력화한 친박 강경파= 지난달 28일 이정현 대표가 '깜짝' 제안한 투 트랙 노선을 뒤집은 것도 바로 이들이었다. 소속 의원들을 국감에 복귀시키면서도 자신은 단식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이 대표의 복안은 꽉 막힌 정국을 풀 수 있는 '신의 한 수'였다. 국감을 전면 거부한 여당이 여론의 비판을 비켜 가면서, 자신들에게 동정적 여론을 불러오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친박 강경파는 고민하지 않았다. 지난달 26~28일 사흘간 이어진 긴급 의원총회에선 강경 투쟁 분위기를 주도했고, 국감 복귀 뒤 대야 전선을 구축하자는 비주류의 합리적 투쟁안을 묵살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집안 싸움이 벌어졌고, 친박·비박(비박근혜) 간의 막말 공방에 낯뜨거운 아수라장 의총이 연출됐다. 이 대표의 제안 속에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야당과 이를 방기한 정 의장에 대한 섭섭함을 잠시 뒤로하고, "여당이 먼저 한 발 양보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정 의장은 여당의 '국감 복귀'를, 여당은 정 의장의 '사과'를 선행 조건으로 내걸고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내가 한 번 양보했으니, 이제 당신 차례"라며 암묵적 협상 타결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는 해석이다.비주류인 여당 중진은 "(당시 의총 상황은) 새누리당의 주인은 바로 친박 강경파라는 목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고 성토했다.

지난 1일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대표 등 참석자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식후행사를 보고 있다.

◆丁의장 모욕주기도 이들의 작품, 청와대 조기 레임덕 우려한 불안감 작용= 이들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최근 정 의장과 부인에 대한 폭로전으로 치닫고 있다. 의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국회의장을 형사 고발하고, 3당 원내대표와 동행한 지난달 방미 과정에서 정 의장 부부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며 모욕주기를 계속하고 있다. "정 의장 부인이 방미 때 (부적절하게) 항공기 1등석을 이용했다", "정 의장이 방미 당시 국회의장 시계 400개를 뿌렸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정 의장 부인의 관용차에 고급 백화점 VIP 인식카드가 부착됐다며, 진상조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관용차와 기사를 부적절하게 이용했다는 의혹 제기다. 친박 강경파는 정 의장과 야당을 당 밖의 '주적'으로 꼽은 가운데 당 안에선 비박 중심의 비주류를 '가상의 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들은 의총에서 수적 우세를 앞세워 국감 거부를 당론으로 고수한 뒤 '단일 대오'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하는 비주류의 온건 투쟁론은 이적 행위로 규정됐다. 결국 국감 복귀 의견을 개진한 같은 당 의원들은 십자포화를 맞았다. 개인적 소신에 따라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을 개의한 3선의 김영우 의원은 '마녀 사냥'이라도 당할 분위기다. 이들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배경에는 청와대가 자리한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의 '오더 정치'라기보다, 이번 대치 정국에서 자칫 여당이 밀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앞당겨질 것이란 불안감이 친박 사이에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오로지 청와대만 바라보면서 빚어진 현상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로 인해 여당 비주류 의원들은 "‘조폭’도 아니고 이게 뭔가", "이 당이 친박만의 당도 아닌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는 개탄을 쏟아내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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