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사람 - 29일 탄생 469주년 맞은 스페인의 대작가
마드리드 스페인광장의 돈키호테 동상(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를 여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돈키호테와 조우하게 된다. 스페인 광장에서 산초를 대동한 채 로시난테를 타고 모험을 떠나려는 돈키호테를 그냥 지나치기는 쉽지 않다. 돈키호테와 산초 뒤엔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앉아 있다. 산미구엘 시장에서 하몽에 와인이라도 한 잔 마시고 비척대다 걷다보면 어느 순간 이 세 사람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마드리드의 필수 관광 코스인 스페인 광장에서의 위상과 달리 세르반테스의 무덤은 남아 있지 않다.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무덤조차 남기지 못한 데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29일 탄생 469년이 되는 세르반테스는 말년에 신앙생활에 전념하기 위해 수도원에 들어가 살았다고 한다고 한다. 느지막이 쓴 소설 돈키호테가 성공을 거뒀지만 생활고 때문에 판권은 출판업자에게 넘겨야 했었다. 그는 수도원에서도 작품 활동을 계속했고 돈키호테 2부를 완성했다. 하지만 돈키호테가 완간된 이듬해인 1616년 수종증이 악화돼 69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말년에 수도사가 됐던 세르반테스가 묻히고 싶었던 곳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삼위일체 탁발수녀원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것은 그가 전쟁에서 포로가 됐을 때 삼위일체회 소속 수사의 도움을 받은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무덤은 수녀원이 확장되고 수차례 재건축되면서 잊혀졌다. 잊혀진 세르반테스의 무덤이 다시 부각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난해 세르반테스의 유골을 발견했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발굴팀이 수녀원 지하에서 'MC'라고 적힌 관을 찾았는데 MC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의 첫 글자라는 주장이었다. 일그러진 왼팔 뼈와 총알에 손상된 가슴뼈, 치아 등도 있었다. 세르반테스는 레판토 해전에서 총을 맞았으며 이 때문에 왼팔을 쓰지 못했다.
돈키호테의 첫 페이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이 유골은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추정일 뿐 DNA 검사로 100% 세르반테스의 유골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지하 납골당에 뒤섞인 유골들 중에 한 조각이 세르반테스의 것일 가능성만을 가지고 떠들썩하게 발표를 하는 것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셰익스피어의 고향처럼 수녀원을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생각 때문 아니냐는 의심도 샀다. 세르반테스는 돈기호테 2부의 서문에 돈키호테의 죽음에 대해 "무덤에 묻는 이유는, 어느 누구도 감히 그에 대한 새로운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가짜 속편이 나도는 당시 상황을 경계한 말이라지만 그의 작품이 여전히 살아 있는데 400년이 된 그의 유골을 찾으려는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과도 겹친다.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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