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 바꾼 세상]'관공서, 배달 화환 다 돌려보내…蘭 아니라 亂'

화훼협회 '농가 연쇄 피해 예상' 꽃 가게 '출하량 줄이면 꽃 가격 오를 것'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관공서 같은 곳에 화환으로 난이나 꽃바구니를 배달 가면 다 돌려보내거든요. 주문 받은 꽃집에서는 환불해줘야 하니까 만들어 놓은 꽃을 다시 팔지도 못 하고 이제 정말 망하나 싶어요."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틀째인 29일 직격탄을 맞은 꽃 가게에선 한탄이 흘러 나왔다. 경조사비 한도가 10만원인 탓에 화환과 축의금 중 화환을 보내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하로 맞춰 보내더라도 직무 연관성에 따라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어 눈에 띄는 꽃바구니나 화환 등을 돌려보낸다는 것이다.서울 종로구에서 대형 꽃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가격 낮추는 것도 의미가 없이 주문된 예약들이 다 취소되고 있다"며 "부정 거래하거나 뇌물 주는 사람들 잡는 법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타깃이 되니 착잡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중구에서 꽃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도 "완전히 놀고 있다"며 "주문량이 아예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화훼 농가는 김영란법에 의한 피해가 조만간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소매상에서 주문이 들어오지 않으면 도매상 격인 화훼 농가로 그 피해가 돌아오기 때문이다.임영호 화훼협회장은 "현재까지는 봄, 여름에 재배한 꽃들이 출하가 돼 가게에 진열되기 때문에 농가에선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다"면서도 "김영란법 찬성 여론이 나올 때부터 난 같은 건 잘 안 팔렸고 지금은 국화 시즌인데 아예 꽃집에서 사다 놓지를 않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1차적 피해 이후 앞으로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주말 결혼식에서 화환이 어떻게 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지난달에 비해 국화 거래량도 줄었다. aT화훼공판장 경매시세에 따르면 이달 국화 거래량은 35만5989속으로 지난해보다 3만3351속 줄었다.김영란법 이후 꽃바구니나 화환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화훼 농가가 출하량을 줄이면 꽃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그때그때 경매로 꽃을 사오는 꽃 가게들은 불안함을 호소한다. 종로에서 꽃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경제가 안 좋은 탓에 원래도 꽃이 안 팔렸는데 김영란법으로 분위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그나마 잘 팔리는 졸업 시즌에도 꽃 가격 급등이 예상돼 파리만 날릴 것 같다"고 말했다.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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