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첫날 28일 저녁, 고급식당 곳곳이 한산…평소 꽉차던 룸도 텅텅 비어-"법 시행 얘기 나온 뒤부터 월2000만원씩 손해"-일부 악용하는 고객도…전화와서 "술 무제한으로 주죠?" 억지
28일 저녁, 여의도역 인근의 A일식전문점은 이날 저녁 홀이 텅텅 비었다. 한때 8개의 별실이 가득 찰 정도였지만, 이날 예약은 1팀 뿐이었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김영란법 시행된다고 한 뒤부터 예약이 뚝 끊기더니 지금은 월 2000만원씩 손해보고 있어요. 울며겨자먹기로 3만원짜리 코스도 내놨는데 도통 사람이 안와. 일식집들은 문 닫을 판이에요."28일 저녁, 여의도역 인근의 A일식전문점 총주방장은 "최근 가격을 낮추면서 주방장도 7명에서 4명으로 줄이는 등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식재료까지 낮추는 순간 그나마 있던 손님들까지 떨어져나간다"면서 "콜레라 때문에 가뜩이나 힘들었는데 오늘은 정말 죽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별실 8개를 갖춘 이 식당은 한때 자리가 없어 못 팔 정도였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된 첫날, 저녁 예약은 단 1건 뿐이었다. 대부분 예약해서 오는 고객이기 때문에 이날 손님은 2명이 전부였다.'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맞아 고급식당들과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3만원 이하의 가격에 맞춘 메뉴들을 분주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가격대를 낮춰도, 고급식당에서는 갓끈조차 고쳐 매지 않으려는 분위기에 법 시행 첫날 저녁, 고급식당가들은 곳곳이 한산했다.
고급중식당인 B식당은 28일 저녁, 중앙홀에서 술잔을 부딪히는 팀은 단 2팀에 그쳤다. 이에 중앙홀 옆에 마련된 소규모 홀은 아예 불을 꺼놓았다.
고급중식당인 B식당은 이날 저녁, 중앙홀의 12개 원형테이블 중 술잔을 부딪치는 곳은 단 2팀에 그쳤다. 평소 같으면 모든 테이블이 꽉 차 종업원들이 주문받기 바빴을 시간이지만 홀은 물론 8개의 별실도 예약건이 2건에 불과했다. 중앙홀 옆에 마련된 소규모 홀은 한창 영업시간임에도 아예 불을 꺼놓았다. 이곳 관계자는 "사드 때문에 고객이 줄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김영란법이니 뭐니 해서 예약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이날 대부분의 고급식당 입구에 있는 예약판에는 회사명이나 관련기관 대신 이름이 적혀있었다. 한 식당 관계자는 "자칫 꼬투리를 잡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회사 이름으로 예약이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적힌 이름들도 가명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위치한 C바다요리전문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1인당 코스요리 가격은 3만5000원. 이에 넓은 매장에는 손님 하나없이 종업원들만 선 채로 벌을 서고 있었다. 이곳 실장은 "지난주부터 김영란법 예행연습을 하는지 손님이 줄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저녁 예약이 0건"이라며 답답해했다. 점심메뉴는 2만4000원부터 2만9000원대. 김영란법 식사 상한선인 3만원을 넘지 않지만 점심 예약도 반토막 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급식당에 인접한 술집들도 덩달아 손님이 없었다. 저녁식사조차 하지 않다보니 술집, 노래방 등 2차로 가던 곳들도 발길이 끊긴 까닭이다. 여의도역 근처 D이자카야는 이달 매출이 1000만원 정도 줄었다. 각각의 테이블마다 독립된 공간으로 꾸며있어 접대차 찾는 이들이 많았던 곳이었다. 추석 전까지만해도 예약필수일 정도로 붐볐지만, 추석 연휴 이후 손님이 뚝 끊겼다. 이곳 직원은 "사케 등은 비싸니까 아무래도 꺼리게 되는 것 같다"면서 "이에 와인은 2만원, 사케 3만원 등 코키지 비용을 받고 손님들의 주류반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급식당에 인접한 술집들도 덩달아 손님이 없었다. 저녁식사조차 하지 않다보니 술집, 노래방 등 2차로 가던 곳들도 발길이 끊긴 까닭이다.
고급식당들이 고객감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보니 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역이용하는 경우도 있다.이날 저녁, E일식당에는 한 전화가 걸려왔다. 12개짜리 초밥 도시락 세트를 16개짜리로 맞춰달라는 전화였다. 3명이서 먹어야하는데 가격이 부담되니 초밥 개수를 늘려 2세트만 넣어달라는 주문이었다. 식당 관계자는 "이렇게 가격을 '협상'하는 경우는 그나마 양반"이라면서 "어제는 다짜고짜 '술은 무제한으로 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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