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發 은행권 위기 확산되나…獨 정부 딜레마

▲프랑크푸르트 도이체방그 본사 건물(사진=은행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도이체방크발(發) 유럽 은행권 위기설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미국 법무부로부터 140억달러(약 15조5000억원)에 달하는 벌금 폭탄을 맞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26일(현지시간) 은행주를 중심으로 유럽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도이체방크 주가는 이날 하루만에 7.5% 넘게 빠지면서 3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메르츠방크·우니크레디트·BNP파리바 등 다른 유럽 대형 은행들의 주가 역시 4% 안팎의 급락세를 나타냈다. 은행권 주도하에 독일 DAX30 지수가 2.19% 내리는 등 유럽 증시도 모두 내림세를 나타냈다. 도이체방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8년 미국에서 부실 주택 모기지담보 증권을 안전한 것처럼 판매해 14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은행이 충당금으로 쌓아둔 62억달러의 배가 넘는 금액이다. 도이체방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조만간 벌금을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은행측 대변인은 자신들이 독일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고 이것이 거절당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도이체방크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초 은행은 지난해 7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는 실적을 발표했고 코코본드(조건부 후순위 전환사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2일만에 주가가 13% 넘게 빠지는 등 위기를 겪었다. 여기에 유럽 경기불안과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따른 은행권 수익성 악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유럽 은행주 전반에 거센 매도세가 나타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 정부가 그동안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세금을 들여 자국 부실은행들을 구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엄격한 입장을 취해온 점을 상기했다. 이를 번복하면서 독일 정부가 도이체방크 지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WSJ는 도이체방크의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독일 재무장관과 비견되는 인물로 꼽혀왔으며 유럽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흔들릴 경우 독일은 물론 유럽 경제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때만 되면 불거지는 유럽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은 유럽 주요 은행들이 미국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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