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각종 경영비리 및 불법승계 의혹 수사 관련 한국 롯데 경영의 ‘정점’에 있는 신동빈 회장(61)이 검찰에 출석했다. 지난 6월 10일 전방위 압수수색 이래 3개월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0일 신 회장을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 피의자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그룹 창립 이래 총수가 검찰에 피의자로 불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9시19분께 서초동 검찰청사에 나온 신 회장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세부적인 혐의에 대한 질문들에는 “검찰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롯데그룹은 해외 진출 및 국내 계열사 성장 과정에서 인수·합병, 끼워넣기·일감몰아주기 및 지분·자산 거래 등을 통한 손익 이전에 따른 배임, 총수일가 수혜 집중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 등 부실기업 인수, 국내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 상장과정에서 제주·부여리조트 저가 인수, 유상증자를 통한 롯데피에스넷 부당 지원, 그리고 롯데케미칼 부정환급 등이다. 또 급여명목 법인자금 유용에 따른 총수일가 거액 횡령 의혹, 총수일가 자산·지분 관리 과정에서 빚어진 탈세 등 불법승계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룹 컨트롤타워 정책본부가 총수일가의 지시를 받아 이를 관장해 온 구조로 보고 있다. 산하 비서실이 신격호 총괄회장(94)과 신동빈 회장의 급여·배당금을 관리하고, 지원실은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74·구속기소),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56)씨 및 딸 신유미(33) 모녀에 대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이전을 설계한 사실이 검찰 조사로 드러났다. 불법승계 당시 정책본부는 신 회장이 초대 본부장으로 이끌고 있었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포함해 총수일가에 대한 처분을 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그룹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이라면서 “신 회장에 대한 조사는 필수적인 부분으로 조사범위를 제한해 한 차례 소환으로 끝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94)은 연이틀 방문조사, 총수일가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62)은 두 차례 소환조사했다.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74)은 수감 상태로 수사·재판을 받아왔다. 일본에 머물며 출석 요청에 불응하고 있는 서미경씨는 강제입국 추진과 더불어 일단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불구속 기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검찰은 롯데그룹 총수인 신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파악한 롯데그룹 경영비리 규모가 2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편법증여·탈세, 수사를 통해 드러난 개별 계열사 비리까지 전체 범죄피해 규모는 조 단위에 육박할 수도 있어 통상대로라면 구속 수사가 불가피한 수준이다. 다만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점,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요소, 불구속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요소를 갖고 심사숙고하고 있다"면서 ”검찰 내부 수사논리로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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