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人8色 추석이야기]외국인 며느리 '시부모님 산소 인사드리러 가요'

다문화가정 주부 허난데스 주나씨 벌초하는 추석 손꼽아 기다려

▲다문화가정 주부 허난데스 주나씨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나를 가족의 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남편이 돌아가신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시켜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지 5년째인 허난데스 주나(Hernadez Juna·34)씨는 남편의 고향인 경상북도 상주에 내려갈 수 있는 추석을 매년 손꼽아 기다린다. 시부모님 산소 벌초를 하러 시골에 있는 산에 올라 갈 수 있기 때문이다.허난데스씨는 결혼 5개월 만에 시부모님의 산소를 처음 찾았다. 한국 문화에 익숙해지기 전이라 모든 것이 어색했지만 시골에 계신 작은어머니와 남편의 도움으로 절까지 해냈다. 그는 "우리나라는 사람이 죽으면 납작하고 네모난 돌만 따로 있고 풀이 없는데 동그랗게 묻혀 있는 모양은 처음 봐서 놀랐다"면서 "처음엔 무서웠지만 남편의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3남 8녀 중 여섯째로 대가족 문화에 익숙한 허난데스씨는 가족이 많이 모이는 명절이 더 기다려진다. 허난데스씨는 "신랑 식구들을 자주 못 만나는데 명절 때는 큰형님 집에 모여 다 같이 밥 먹고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했다.허난데스씨는 다문화가족센터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가족과 함께 명절 음식을 만들 때면 한국 사람이 다 됐다 싶지만 여전히 한국 문화는 아리송하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음식이 차려진 차례상에 매번 놀라고 남자만 절을 하는 것도 신기하다"면서 "남자와 여자가 겸상을 하지 않는 것도 잘 이해되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절엔 왠지 밥을 같이 먹으면 안 되는 것 같긴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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