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고향 못 갔어요'…편의점주들의 우울한 추석

'24시간 영업' 계약 조건 탓에 고향 못 내려가 알바생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직접 점포 지켜명절기간 '자율휴무제' 도입 촉구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장인이 도시락을 고르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대기업 계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는 올해 추석에도 귀성을 포기했다. 벌써 7년째다. 명절만 되면 아르바이트생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는 것보다도 어려워 점포를 직접 지켜야 해서다. 그는 "장남인데도 7년째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며 "명절기간 매출도 안 나오는데다 본사직원도 쉬어서 대응이 안되는데 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민족대명절 추석연휴가 열흘도 채 남지 않았지만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표정은 밝지않다. 가맹계약 조건 중 하나인 '24시 영업시간' 때문에 명절 연휴기간에도 점포 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에서다. 일부 점주들 사이에서는 본사측에 자율휴무제를 도입해 달라는 요청을 넣으려는 움직임도 있다.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 일부 가맹점주들은 명절 연휴기간동안 '자율휴무제' 도입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의 일환으로 '간판불 소등'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간판불 소등 운동은 정상영업은 하되 명절기간인 오는 14일에서 15일로 넘어가는 야간시간대에 간판불을 끄는 것이다.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가맹점과 본사와의 공식적인 대화채널이 마련돼 있어 여러 제안에 대해 상호 조율하고 있다"며 "본사 측에 공식적으로 안건이 상정된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주요 편의점 3사(CUㆍGS25ㆍ세븐일레븐)는 가맹거래계약 조건을 바탕으로 명절기간에도 24시간 영업을 고수하고 있다. 가맹점주가 무단으로 문을 닫게 되면 본사는 시정 요청하는 내용증명서를 보낸다.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운 명절 기간에는 가맹점주들은 직접 점포를 지켜야하는 실정이다.본사측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율휴무제를 도입할 경우 연휴 기간동안 문을 닫는 점포들이 속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긴급성', '편의성'을 골자로 하는 업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 무엇보다 24시 영업은 고객과의 약속인 터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게 본사 측 입장이다.비용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편의점 주요 3사는 점주 개인이 일신상의 이유로 점포 문을 부득이하게 닫아야 하는 경우 긴급 인력을 지원하는 제도를 자체 비용을 들여 운영 중이다. 하지만 긴급 인력 지원에 명절 연휴가 포함될 경우에는 본사 직원으로는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A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편의점은 24시 편의를 봐주기로 고객과 약속한 곳"이라며 "자율휴무제를 도입하게 되면 고객들은 이용하고 싶은 시간대에 편의점을 이용하는 편의를 침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명절 때 모든 점포에 대해 긴급 인력을 파견하는 것은 본사 직원이 모두 투입돼도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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