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도 기업의 힘 ②] '백발백중' 프로젝트가 낳은 양궁신화

현대기아차 디자인센터 3D스캔기술 선수 개개인 최적 그립 맞춤형 제작재료개발센터, 활 균열 등 정밀 점검집중력 향상 위한 뇌파훈련법 지원도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 디자인센터의 3D 스캔 기술을 활용해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을 제작했다. 3D 스캔 기술은 신차 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사진제공= 현대차그룹)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 국가대표팀이 전종목 석권이라는 쾌거를 올린 가운데 이를 가능케 한 '백발백중'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개발 기술을 접목해 양궁 국가대표팀을 위해 내놓은 지원책이다. '리우대회 전관왕'을 목표로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적용하면 장비의 품질과 성능이 향상되고 선수들의 정신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활 비파괴검사, 맞춤형 그립, 슈팅 머신, 뇌파 측정 훈련 등이 포함돼 있다.

3D CT 장비를 사용한 활 비파괴검사

◆활 비파괴검사= 활의 날개는 서로 다른 5층의 재질로 돼 있어 육안으로는 이상이 있는지를 알기가 쉽지 않다. 또한 반복되는 활의 당김과 쏘는 과정에서 날개 내부에 지속적으로 손상이 누적돼 경기 도중이나 직전 활이 부러질 위험성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재료개발센터의 분석 기술을 적용했다. 비파괴검사는 신차 개발 시 부품들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기술로 3D CT 장비를 사용해 내외부를 정밀 분석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활을 360도 회전하며 촬영한 수만 장의 사진으로 활 내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힘든 미세한 균열과 접착 불량 여부도 놓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실시한 검사를 통해 일부 선수는 사용하던 활 날개 내부에서 미세한 균열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를 교체해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립을 3D 스캔 중인 모습

◆맞춤형 그립= 현대차그룹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각 선수에게 딱 맞는 맞춤형 그립을 제작했다. 선수들은 활의 중심에 덧대는 그립을 자신의 손에 꼭 맞도록 손질한다. 장기간 경기가 벌어지는 도중에 그립이 손상되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 디자인센터의 3D 스캔 기술을 활용해 이를 지원했다. 3D 스캔 기술을 통해 최적의 그립을 스캐닝한 뒤 3D 프린터로 제작해 선수 한 명당 5개씩 제작해 준 것이다. 사실 3D 스캔은 신차 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신차 디자인이 결정되면 내외부를 재현한 실물 크기의 클레이모델을 제작하는데 3D 스캐너로 클레이모델를 스캔한 후 그 정보를 기본으로 자동차를 설계하는 것이다.

50m 거리에서 화살을 쏘며 불량품을 가려내는 슈팅머신

◆슈팅머신= 양궁에서 화살은 활과 함께 최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꼭 필요한 장비다. 선수들은 자신에게 맞는 화살을 골라내기 위해 활시위를 당기며 화살을 테스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현대차그룹은 화살 분류 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해 슈팅머신을 개발했다. 50m 거리에서 슈팅머신으로 화살을 쏘면서 불량 여부를 테스트한다. 힘, 방향, 속도 등 동일한 조건에서 정확한 테스트가 가능해 선수 컨디션, 날씨, 온도 등에 제한 없이 화살 분류가 가능하다. 1차로 슈팅머신을 통해 불량 화살을 솎아내고 테스트를 마친 화살들을 선수들이 다시 분류해 최고의 상태를 유지했다.

실리콘밸리의 '뉴로피드백' 기술을 적용한 뇌파 훈련법

◆뇌파 측정= 현대차그룹은 양궁이 무엇보다 심리적인 컨트롤이 중요한 스포츠라는 점을 고려해 뇌파 훈련법을 제공했다. 이 훈련에는 실리콘밸리의 '뉴로피드백' 기술을 적용했다. 선수들이 활을 쏠 때 반복하는 모든 행동을 세분화해 뇌파를 측정하고 행동별 집중과 이완 정도를 분석한다.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할 때 가장 집중력이 높은 상태이고 이완된 상태인지 선수들에게 알려줘 이를 훈련에 반영했다. 또한 평상시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활쏘기, 공띄우기 등 스마트폰 게임도 도입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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