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바꿔야 할 때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덥다, 너무 덥다!연일 폭염이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단순히 기온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코로 들어오는 대기의 촉감에서 사막의 건조함이 강하게 느껴지고 있다. 몇 년 전 에어컨을 버리고 선풍기로 버티고 있는데 잠들기가 어렵다. 지난 100년 사이 지구 평균 온도가 섭씨 0.8도 올랐다는데 한반도는 1.5도가 올랐다고 한다.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민족이라 지구온난화도 남들보다 더 빨리 진행되는 것인가!어쨌든, 매일같이 찌는 더위가 계속되니 집집마다 에어컨을 켜는 시간이 길어지고 전기 요금 부담이 늘어나다보니, 이제는 누진제를 적용하는 가정용 전기 요금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일부에서는 부당하게 징수한 요금을 반환하라는 소송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는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해 가계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고 한다.누진제에 따른 과중한 가계 부담도 문제지만, 우리 전기요금 체계가 가지고 있는 진짜 이유는 산업용 요금이 지나치게 낮다는 데 있다. 사용량에 따라 1kWh 당 60.7원에서부터 709.5원까지 부과되는 가정용과 달리, 산업용은 사용량에 상관없이 1kWh 당 81원에 지나지 않아, 전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은 가계에 비해 최대 9배 가까이 특혜를 보고 있다. 한마디로, 가계는 발전 원가보다 높은 요금을 내는 반면 기업은 원가보다 낮은 요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가계의 전기 소비 절약을 유도하는 한편, 산업의 진흥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의 대표 사례 중 하나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 특혜 정책은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가 일상화되고 있는 현재의 입장에서 보면 초점을 빗나가 있다. 지난해 파리기후협정에서 규정하듯이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 혁명 이전 대비 1.5∼2도 이하로 유지하려면, 2050년까지 원유 매장량의 3분의 1, 천연가스 매장량의 절반, 석탄 매장량의 80%를 채굴하지 않고 땅속에 남겨두어야 한다고 한다. 그만큼 화석연료의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화석 연료 비중이 62%에 이르는 현재의 우리나라 에너지원에 따른 발전량 구성비를 감안하면, 현재의 친기업적 전기요금체계는 역설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오히려 장기적 경쟁력을 저해하는 '비즈니스 언프렌들리 (business unfriendly)'가 될 수밖에 없다.이제는 친(親)기업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때이다. 지금처럼 찜통더위가 지속되고 결국 사람이 살지 않게 된다면, 어느 기업이 이 땅에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노동을 제공하고 생산물을 소비하며, 자본을 공급하는 가계가 튼튼할 때 비로소 기업도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친기업적 정책도 개인의 윤택한 삶을 보장하는 것보다 우선일 수 없다. 그렇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에너지 공급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산업 구조 또한 저탄소 중심으로 재편해 가야 한다. 우선 전기 요금 체계를 바꿔 산업계에 대한 특혜를 순차적으로 없애고 그로 인해 늘어나는 수입을 재생에너지 개발에 투자하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석탄 의존도가 우리보다 훨씬 높은 미국과 중국이 석탄 발전소를 폐쇄하고 대신에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덥다, 너무 덥다. 그래도 작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괜찮다. 무더위와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지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작은 희망이라도 가져보면 안 될까.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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