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장사는 끝났다…유통 슈퍼甲의 위기실적부진 탈출, 황금열쇠 찾는 백화점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백화점 업태가 과도기에 놓여있다. 이른바 '임대업의 종말'이다. 그간 특정매입 시스템을 통해 임대수수료를 받아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 오던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다. 백화점에 가야만 구경할 수 있던 고급 브랜드는 이제 아웃렛이나 온라인몰, 해외직구, 병행수입을 통해 더 저렴한 가격에 유통된다. 백화점 매장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 것은 입점업체도 마찬가지다. 수년 내에 백화점 매장을 채울 브랜드가 부족해 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급성장하는 온라인몰의 도전을 받으며 이익이 쪼그라든 백화점 업계는 미국과 유럽형 모델을 쫓고 있다. 직매입과 자체브랜드(PB)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개선시키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기존의 사업모델이 덧셈ㆍ뺄셈 수준이었다면, 청사진이 된 직매입 확대와 PB 론칭은 고차방정식이다. 각 백화점들이 최근 상품기획(MD) 조직을 키우고,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이 같은 변화는 사업구조 뿐 아니라 한국 유통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가지고 올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와도 멀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대로 된 '블랙프라이데이'도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게될 지 모른다. 아시아경제신문은 '백화점, 업(業)의 개념이 바뀐다' 시리즈를 통해 각 업체들의 현 주소와 전략을 살펴본다. 2000년대 말까지는 '줄을 서서' 입점할 정도로 브랜드들이 백화점 진입을 희망했다. 고가의 패션과 잡화 분야에서는 특히 오프라인 채널이 득세했다. 온라인 시장은 저가 제품이 유통되는 창구로만 여겨졌던게 사실이다. 관계자들은 당시의 백화점은 업계에서 슈퍼갑(甲)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한다.
◆백화점은 부동산 임대업…돈이 돈을 벌었다= 백화점들은 특정매입을 통해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를 순환시키고, 재고 위험을 헷지했다. 특정매입이란 유통업체가 납품업자(브랜드)로부터 제품을 외상매입해 판매한 뒤 재고는 반품하는 거래를 말한다. 유통업의 본질이 '부동산 임대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좋은 위치에 대규모 자본을 대동해 대형 쇼핑몰을 짓고, 입점 업체들로부터 판매수수료를 받는 것이 대체적인 수익구조였다. 안정적인 수익도 보장됐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구조는 경제성장기인 동시에 소비시장 초기, 즉 유통사에 모든 주도권이 있을 때에 가능했던 것이다. 딱 2000년대 말까지의 얘기다. 수년간 이어져 온 불황, 저성장의 탓도 있지만 온라인 채널의 가파른 성장은 백화점의 '안정된 이익'을 위협한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은 유통시장의 중심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여겨진다. 2010년 25조원 수준이던 온라인 쇼핑몰 취급액은 급격히 늘어 2011년 29조724억원, 2013년 38조4978억원, 지난해 53조8882억원 규모로 몸집을 불렸다. 반면 백화점 3사의 총 매출 성장률은 2010년 이후 한자릿수로 꺾인 데 이어 업체별로 역성장의 부침을 겪기도 했다. 저성장으로 기존점 성장률이 증익분기점(전년 동기 대비 3%)을 넘지 못하고, 소비의 브랜드화로 백화점이 브랜드 소개 채널로서 갖는 의미는 크게 약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백화점도 예외가 없다"면서 "한 백화점이 출점하기 위해서는 80만명 이상의 인구가 있어야 한다는 경험칙을 기준으로도 시장이 성숙기를 지나 하강중"이라고 설명했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올해가 '터닝포인트'= 백화점 업계는 최근의 부진을 털어낼 '터닝포인트'의 시기를 올해로 보고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3년 1.1% 수준이던 백화점 업태의 매출 증감율(전년 대비)은 2014년 -0.7%로 고꾸라진 데 이어 지난해 -1.2%로 악화됐다. 분기를 기준으로는 작년 1ㆍ4분기에 전분기 대비 -3.9% 역성장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도 받아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더니 올해 1분기 2.4%, 2분기 3.8%로 고개를 들었다. 기저효과도 있지만 실적 회복을 위한 업계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6월에는 전 상품군(비식품부문)이 고루 성장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여성캐주얼(14.7%), 여성정장(12.1%), 잡화(11.8%) 등의 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되는 추이를 보인 대표적인 품목이다. 특히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이 20.4% 증가하며 실적개선을 견인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위 '명품'이 전체 상품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11.9% 에서 지난 6월 14.2%까지 늘었다. 성장과 침체의 변곡점에서 백화점들은 임대업을 버리고, 새로운 시장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핵심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직매입과 자체브랜드(PB)다. 중심에는 이를 견인할 상품기획(MD) 조직이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오프라인에서 고르고 온라인에서 사는 쇼루밍과 온라인에서 고르고 오프라인으로 사는 역쇼루밍 현상이 유통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면서 "오프라인이 플래그쉽 스토어 성격으로 전환되면서 유통업의 개념도 바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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