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샌드위치에 갇힌 '메이드 인 코리아'…더 높아진 관세장벽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고형광 기자]최근 강화되고 있는 각 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에서 '신(新) 샌드위치' 국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10여년 전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가격경쟁력 사이에서 '샌드위치론'이 등장했다면, 이제는 G2의 통상전쟁과 신 보호무역주의 중심에 우리나라가 서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ㆍ브렉시트)와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으로 우리 경제가 맞닥뜨려야 할 통상리스크는 훨씬 높아졌다는 평가다. 수출이 1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현 상황에서 주요국의 관세장벽이 부활하고 통상 마찰이 늘어날 경우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미ㆍ중 통상전쟁에 끼인 한국= 최근 미국이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400%가 넘는 반덤핑 관세를 물리면서 한국산 제품을 끼워 넣은 것처럼 G2 통상전쟁은 이미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중국산 내부식성 철강 제품에 대해 관세를 물리면서 한국산 내부식성 철강에 대해서도 48%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철강에 대한 제재를 진행하며 한국제품으로도 불똥이 튄 셈이다.미국은 국내 철강에 이어 가전 제품에도 관세 부과 결정을 내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주 중국산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각각 반덤핑 예비관세 111%와 49%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한국산과 멕시코산 삼성전자, LG전자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가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패소한 전례가 있는데도 또 다시 중국산 한국 제품에 대해 덤핑 예비판정을 내린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에 생산 시설을 옮겨 제품을 만드는 국내 기업이 반덤핑 제소에 휘말린 사례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더욱 문제는 미국 대선 이후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을 주장하고 있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흐름은 우리 수출과 통상 환경에도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에게 있어 한국은 자국을 상대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미 재부무는 지난 4월 한국과 중국을 일본ㆍ독일ㆍ대만과 함께 환율 관찰 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마늘 파동 재연되나? 中 경제보복도 우려=우리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통상마찰 역시 하반기 우리 경제의 주요 리스크다.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의 전면적인 경제적 보복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비관세장벽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WTO 규정을 어기지 않고도 비관세장벽을 통해 충분히 변칙적 경제보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중국은 2000년에도 우리나라가 중국산 마늘 관세율을 10배 이상 올리자,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금지하는 무역보복을 단행한 바 있다. 이른바 '마늘파동'이다.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중국의 비관세장벽은 26개로 세계 비관세장벽(48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3개), 일본(4개)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기업들은 중국의 대표적 비관세장벽으로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모호한 규정 등을 꼽는다. 신청한 지 수년이 지나도록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추가 자료를 요구하며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사드 배치 결정 후 기존에 없던 규제나 비관세 장벽이 추가로 더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오는 10월부터 분유업체가 팔 수 있는 브랜드를 3개, 제품 수는 9개로 제한하는 규제가 시행된다. 이로 인해 남양유업은 중국에 수출하는 브랜드 7개 중 4개를 중지하기로 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비관세장벽이 강화돼 수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위협에 대해 정부 간 채널을 통해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동안 비관세장벽 등 통상리스크에 대한 정부의 대응 체계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해외 비관세장벽에 대한 조사가 단편적인 사례 수집에 그친데다, 정부 부처와 유관기관 간 협력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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