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복스팝(VOX POP)
복스팝 설립자 파비오 카포페리 대표(왼쪽)가 엔지니어인 동료와 함께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산 펠리스 델 베나코(이탈리아)=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친구의 제안으로 시작해 칠레 산티아고에서 사업 구상을 시작했다. 칠레가 이탈리아에 비해 스타트업 기업에게 우호적인이었기 때문이다. 구상을 시작한지 6개월만에 '스타트업 칠레'라는 창업활성화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회사를 설립했고, 이탈리아로 돌아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월19일 복스팝(VOX POP) 설립자 파비오 카포페리(Fabio Capoferri)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가르다(Garda) 호숫가 한 농장에서 만났다. 알프스 산맥을 배경으로 펼쳐진 가르다 호수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여름에 즐겨 찾는 대표적인 휴양지다. 늦은 오후 청바지에 티셔츠 한 장을 걸치고 취재진을 맞이한 파비오 대표는 "노트북만 있으면 그곳이 내 사무실"이라며 말문을 열었다.그는 얼마전부터 올리브나무가 들어찬 친구의 농장에서 일을 도우면서 미국진출을 위한 복스팝의 두 번째 버전 개발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IT기업 구글로부터 5만유로(6500만원)의 투자금을 받아 개발에 들어간 두 번째 버전은 올 여름 테스트를 거쳐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탈리아 스타트업 기업 중 해외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사례는 복스팝이 처음이다. 회사 설립 후 몇 개월만에 구글이 투자에 나설 정도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복스팝 설립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었다. 사업의 콘셉트를 잡고 수익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토론도 필요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자신과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동업자와 전문 분야가 서로 달라 부딪히기를 여러 번,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서야 복스팝은 본격적인 사업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복스팝은 저널리스트와 사건이 벌어진 현장의 목소리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이 플랫폼은 일본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탈리아 저널리스트가 현장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기사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인터뷰 등을 제공한다. 복스팝에 가입된 저널리스트가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특정 사건에 대한 증언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복스팝에 가입한 현지인이 특정사건과 상황에 대해 증언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회사명도 목소리, 음성 등을 의미하는 복스(VOX)와 대중을 의미하는 팝(POP)을 합성해 만들었다.파비오 대표는 "기존 미디어와 사건 현장의 일반인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게 아이디어의 핵심"이라며 "구글도 복스팝의 사업이 정보의 틈새를 메우는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해 투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복스팝은 올해 초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위 아 스타팅(We are startiing)’을 통해 6만유로(7800만원)의 자금을 조달했다.이탈리아 규정에 따라 반드시 투자를 받아야 하는 전문투자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30여명은 모두 개인투자자로 채워졌다. 2명으로 출발한 복스팝에서 일하는 그동안 직원은 5명으로 늘었다. 프로그램 개발자를 비롯해 디자이너 등이 새로 보강됐다. 전무했던 파트너 언론사도 6개로 증가하면서 각 언론사의 저널리스트가 복스팝을 활용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수익은 복스팝을 통해 특정 사건에 대한 인터뷰 또는 증언 등을 의뢰한 저널리스트와 언론사로부터 나온다. 저널리스트와 언론사가 플랫폼과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는 식이다. 파비오 대표는 앞으로 저널리스트와 시민(citizens)이 직접 소통하는 복스팝의 저변을 글로벌로 확대해 쌍방향 저널리즘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파비오 대표는 "미디어 환경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미국에 진출하게 되면 인지도가 높아지고 수익도 본격적으로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벤처캐피탈 등 다른 종류의 자금조달도 보다 수월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복스팝(VOX POP) 설립자 파비오 카포페리(Fabio Capoferri) 대표
후원=한국언론진흥재단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