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준의 육도삼략]남중국해에 052D 이지스함 추가 배치한 중국의 속셈

대공·대함·대잠전 능력....남중국해 영유권 강화 노림수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판소(PCA)가 12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린 지 불과 몇 시간 후 중국은 최신 함정 취역사실을 발표했다. 주인공은 중국판 이지스함으로 통하는 쿤밍급 052D형 4번함 인촨함이었다. 인촨함은 중국 인민해방군 남해함대에 배치됐다. 이로써 남해함대에 배치된 중국의 이지스함은 모두 4척으로 늘어났다. 인촨함은 대함전, 대공전, 대잠수함전, 육상공격 등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함정으로 중국의 다른 함정에 강력한 대공방어망을 제공하는 중국의 대미 전략인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중국이 인촨함을 취역시킨 것은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보인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쟁이 아니고서는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미국 간 군사력 대치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조차 나오고 있다.

12일 취역한 중국판 이지스함 052D형 인촨함

◆052D형 4번함 인촨함 배치로 전력 강화된 中 남해함대=차이나 밀리터리 온라인, 인민일보 온라인판 등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2일 남해함대 본부가 있는 하이난다오(海南島) 산야(三亞) 해군항에서 최신 유도미사일 구축함 인촨함 취역식을 가졌다. 취역식은 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부정한 지 불과 몇 시간 후에 이뤄졌지만 함선번호가 칠해진 인촨함이 군항에 정박해 있는 사진이 다수 인터넷에 나돈 만큼 취역은 시간문제였다는 게 중론이다. 인촨함은 중국판 이지스함인 052D형 쿤밍급 4번함으로 함선번호는 175번이다. 쿤밍급 구축함은 루양3급으로도 알려져 있다. 중국 해군의 차세대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052D형 구축함은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과 상륙함 쿤룬산(昆崙山)함에 이어 중국군 최대 전함이다. 052D형 구축함 1번함 쿤밍함은 0214년 3월, 2번함 창사함은 같은 해 8월, 3번함 허페이함은 지난해 12월에 각각 취역해 모두 남해함대에 배치됐다. 이로써 남해함대에 배치된 052D형은 모두 네척으로 늘어났다. 남해 함대에는 이보다는 작고 성능이 떨어지지만 역시 이지스함에 준하는 성능을 가진 052C 형(루양2급) 함정도 두 척 배치돼 있다. 함선번호 170 란저우 함과 171 하이커우 함이 그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남해함대에는 총 6척의 이지스함이 배치된 것으로 현재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과 숫자가 같다. 한국의 이지스함은 세종대왕급 세 척 뿐이다. 그 만큼 중국 남해 함대의 해상전력이 막강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해함대는 공격핵잠수함 2척, 탄도미사일 핵잠수함 4척, 재래식 디젤잠수함 16척, 구축함9척, 프리기트함 20척, 상륙함 25척, 미사일 고속정 38척, 코르벳함 8척 등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는데 최근 배수량 1300t급의 신형 경량 미사일 호위함 취징(曲靖)함이 추가 배치했다.

052D형 구축함 1번함 쿤밍함

중국은 남중국해 환초, 인공섬 등 수면 위 통제권뿐 아니라 해저 통제권도 확보한다는 목표에 따라 이 해역 주변의 잠수함 전력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산야 잠수함 기지에 094형 진(晉)급 탄도미사일 발사 핵잠수함(SSBN)을 배치한 것으로 미 국방부는 밝혔다. 이 잠수함 탑재 미사일 사거리는 7400㎞로 캘리포니아 등 웬만한 미 서해안 지역이 타격권 내에 넣는다. 이 잠수함은 메가톤급 다탄두로 된 '쥐랑-2'(巨浪, JL-2) 탄도미사일 12발을 탑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스텔스전투기까지 잡는다는 052D형= 저우쉬밍(周煦明) 부사령원(부사령관) 이 참석한 가운데 취역한 인촨함은 중국의 최신 유도미사일 구축함이다. 중국의 군사전문가 차오웨이둥(曹衛東)은 중국 중앙TV에 인촨함의 배수량과 유도탄성능이 미국 알리버크급 이지스함에 뒤진다고 평가했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알리버크급 이지스함은 물론, 한국의 세종대왕급, 일본의 아타고급보다 성능이 나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美해군정보국(ONI)도 "052D형은 첨단 대공 및 장거리 타격능력을 갖춘 유연한 전력을 향한 중국군의 추세를 구현한다"면서 "B형과 C형을 포함해 052 형은 전체가 여러 가지 면에서 현대적이며 서방의 최신 함정에 필적할 만하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이 같은 평가는 나름 근거가 있다. 인촨함은 일단 크다. 길이 156m, 너비 18m, 흘수 6.5m에 만재배수량 7500t으로 알려져 있다. 속도는 30노트 l상이다. 큰 덩치 덕분에 대함·대공·대잠수함 미사일을 수납하는 수직발사대가 64셀 탑재돼 있다. 함정 선수에 32셀, 선미에 32셀이 각각 배치돼 있다. 수직발사대는 052C의 원통형 수직발사대와 달리 4각형으로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다. 미국의 Mk 41 발사대를 꼭 닮았다. 1셀에는 최대 4발의 미사일이 수납되는 만큼 이론상 256발의 미사일이 한 척의 함정에 탑재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탑재되는 미사일은 임무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인다. 함대공 미사일, 함대함 순항미사일, 함대지 순항미사일 등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대공 미사일만 적재한다면 지역방어를 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052C형 함정에서 발사되고 있는 HHQ-9 함대공 미사일

대공미사일로 육상 지대공 미사일 HQ를 함정용으로 개조한 HHQ가 있다. 052C에 탑재된 HHQ-9A보다 사거리가 늘어난 개량형(HHQ-9B)이라는 게 ONI 평가다. 052C형에 탑재된 미사일의 경우 사거리가 55해리(약 102㎞)지만 052D형에 탑재된 것은 80해리, 약 148㎞다. 250㎞라는 설도 있다. 148㎞라고 하더라도 지름 300㎞ 안의 하늘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 단거리 대공 미사일 HHQ-10은 사거리 9㎞ 이내를 방어한다. 미국의 램 미사일을 본 떠 만든 것으로 1기(24발)가 탑재돼 있다. 중거리 대공 미사일 DK-10은 30~50㎞ 구역을 방어한다.

052D형 구축함이 수직발사대의 덮개를 전부 열어젖힌 모습

원거리 펀치력을 가진 대함 미사일도 있다. 대함 순항미사일 YJ-18이다. 수직발사대에서 발사되는 만큼 함정의 항해 방향과 상관없이 날아가 적 함정을 공격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220~540㎞로 길다. 이거리 안의 적 함정은 언제든지 제물이 될 수 있다. 미해군의 대함미사일인 하푼의 사거리 120~250㎞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게다가 순항속도는 하푼과 비슷한 마하 0.8이지만 표적 가까이에 가서는 마하 2.5~3으로 급가속하는 만큼 적 함정이 요격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탄두 무게는 140~300kg 정도지만 초음속에 따른 운동에너지만으로도 적 함정에 엄청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중국판 GPS 인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이 내장됐다는 주장도 있다. 이밖에 대잠미사일, 육상공격순항미사일(LACM), 근접방어무기(CIWS), 구경 130mm 함포 1문을 갖추고 있다. 이 함포는 분당 최대 40발을 29.5km까지 날릴 수 있다. 헬기도 1기 탑재한다, 052D형 구축함의 이 같은 강력한 방어 공격능력은 미해군 이지스함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346형 ‘드래곤 아이’ 능동전자주사위상배열(AESA) 레이더 덕분임은 물론이다. 일각에서는 518형 L밴드 레이더가 스텔스 전투기, 특히 미군이 배치를 앞두고 있는 F-35 합동공격기를 350km 거리에서 추적, 탐지해 함대공 미사일 발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반신반의한다. 물론 이는 논란이 많은 주장이긴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게 중요하다. 외형상 이처럼 강력한 방공망의 출현으로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미국의 군사대치는 더욱 더 팽팽해질 게 분명하다. 중국은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 있는 우디 섬(중국명 융싱다오)에 HQ-9 지대공 미사일 포대와 최신예 전투기 J-11 전투기 16대를 배치해 미국 거부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J-11은 중국형 F-15 전투기로 최고 속도가 마하 2.35로, PL-12/SD-10 공대공미사일, 범용폭탄 등을 탑재하는 최첨단 전투기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응해 미국은 해군 함정의 남중국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고 각종 항공기 90대를 탑재하는 항공모함 2척을 이 해역에 배치해 군사적 긴장감은 파도만큼이나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편집국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