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가족들
의료보험·총기소유 등 구체적 계획 제시주한미군문제 등 한미관계 예상 가능골칫덩이·질 나쁜 사람 등 원색적 표현책 표지 사진부터 인상 쓴 표정 '눈길'트럼프는 책에서 미국 내 주요 이슈를 꼽아 현재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본인이라면 어떤 식으로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언론에 대한 시각을 비롯해 이민ㆍ외교ㆍ교육ㆍ의료보험정책에 대한 견해, 총기소유의 타당성이나 기반시설을 다시 짓고 건설업에 주력하겠다는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담겼다. 이미 경선이나 각종 강연을 통해 소개된 내용이 많다. 그가 무조건적으로 이민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흔히 비춰지지만, 실상은 "이민을 사랑한다"(어머니나 조부모가 이민자라는 사실을 들고 있다)면서 막고자 하는 것은 불법이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가장 첫 장에 배치된 '다시 이기기 위해'는 대통령 트럼프가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최고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 미국이 다시 위대해질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다"고 천명하고 있다. 선거전략이든 진심이든(본인은 진심이라고 강변한다)미디어에 비친 트럼프를 통해 철 지난 패권주의 망령이 투영되는 건 자연스러우면서도 비(非)미국인으로선 오싹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사드배치 논란이 국내 정치권은 물론 경제산업분야까지 영향을 끼치는 건 이 사안이 미국은 물론 북ㆍ중ㆍ러ㆍ일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역학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리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당장 어느 지역에 배치되는지, 결정과정이 어떠했는지를 두고 시끄럽지만 밑바탕에는 미국의 대외정책, 그중에서도 한국과 동아시아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트럼프는 주한미군문제 등 국방분야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에 땅을 붙이고 있는 장삼이사도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문제라는 얘기다. 대한(對韓) 관계를 어떻게 펼쳐낼지 구체적인 플랜이 적혀있지는 않지만 책을 통해 대략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트럼프는 "한국 국경에는 2만8500명의 우리 훌륭한 미군이 있다. 그들은 위험을 안고 산다. 오직 그들이 한국을 지켜준다. 그런데 우리는 그 대가로 한국에게서 무엇을 받는가?"고 반문한다. 이는 의도적인 외면이다. 책 뒷쪽에서 군대를 확대하고 방위산업을 키우는 게 미국에, 미국의 노동자에게 득이 된다는 점을 적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이처럼 일방적인 측면만 얘기하는 건 자기기만에 가깝다.미국의 주요 대선후보로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표방하는 정책의 내용이 우선 중요하겠지만 책에서 잘 드러나는 건 그가 주변이나 사태를 대하는 태도, 혹은 말하는 방식이다. "감옥과 정신병원에 있는 골칫덩이", "질 나쁜 사람" 등 원색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굳이 이런 표현을 숨기지 않고 적극 사용하는 건 이에 대해 반감을 갖는 대중은 물론 호응하는 이들이 적잖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스로 "정치적 공정성에 매달릴 시간이 없다"고 자랑스레 얘기하고 있다.당초 트럼프는 이 책의 수익금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은 게 최근 알려져 다시 한번 유명세를 탔다. 인터넷에는 트럼프를 일컬어 그가 당선된다면 미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될 것이다는 우스갯소리가 돈다. 다시 홍준표 지사의 넋두리를 빌려보자면, 너무 걱정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닐 것이다. 허나 이명박 대통령 시절이 어땠는지를 되짚어본다면 마냥 걱정 없이 관망할 수 있을까.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