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정당 EU 탈퇴 움직임 거세지는 가운데 伊 최대 야당 '국민투표' 주장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앞 EU 깃발. (AP =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짓는 투표가 23일(현지시간) 곧 시작된다. 여론조사는 브렉시트 찬성과 반대 진영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결정되더라도 영국과 EU 모두 상처를 입게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 대륙의 정치적 기본을 뒤집어놓는 대사건이 될 것이고, 만약 EU에 잔류하더라도 EU가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경제와 정치적 지형의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대규모 부채와 이민자들로 인해 경제가 악화되는 가운데 브렉시트가 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금융시장을 혼란시키는 한편, 시장 내에서 반 EU 분위기가 강해질 수 있다고 WSJ은 우려했다. 정치적으로는 유럽 대륙이 갖고 있는 협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외상뿐만 아니라 내상도 크다. WSJ는 이번 국민투표 자체가 유럽의 정치 계급에 충격을 던져주었다며 "한때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던 EU 연방으로의 길에도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고 지적했다. EU연방은 EU 소속 각 국가들이 국방ㆍ외교정책도 함께 수립하는 등 현재의 경제적 결합 이상으로 결합 수준을 더욱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이제는 오히려 EU의 내부분열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연설에서 "즉각적이고 완전한 통합이라는 이상에 사로잡혀, 유럽 통합을 위한 열정을 평범한 EU의 시민들과 나누지 못했다"며 "이별이라는 망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으며, 연방이라는 비전은 이에 대한 최선의 답변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U 정치권이 민심 파악에 실패했다는 뒤늦은 반성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오른쪽 앞)가 유럽연합(EU) 잔류를 설득하며 연설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이번 국민투표 사태에 EU가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정권 창출을 위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공약을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브렉시트가 이렇게까지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 생각한 EU 리더는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리스의 EU 탈퇴(그렉시트)와 러시아 문제, 테러와 난민 대응 등의 이슈에 밀려 브렉시트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후순위로 밀려났다. EU 국가들은 여론조사 추이가 브렉시트 쪽으로 기울고 상황이 급박해지자 투표를 수 일 앞두고 뒤늦게 브렉시트 준비 모드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EU를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이 직접적으로 브렉시트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 일이다. 이제 EU의 최대 과제는 브렉시트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다른 국가들로 영향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투표가 어느 쪽으로 결론나든 찬성과 반대에 큰 격차는 없다면 향후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브렉시트는 다른 나라의 EU 이탈 여론을 촉발시킬 수 있다. 지난 주 EU 8개국 극우정당이 비엔나에서 모임을 갖고 영국의 EU 탈퇴를 촉구하는 한편 이민 반대를 천명한 것도 브렉시트 움직임 자체가 갖고 있는 파급효과를 잘 나타내 준다. 이탈리아의 경우 이미 브렉시트의 불길이 번진 상태다. 최근 최초의 여성 로마 시장을 배출하며 세를 불린 이탈리아 최대 야당인 '오성운동'은 이날 EU 탈퇴 여부를 결정짓는 국민투표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오성운동 하원 원내대표 루이지 디 마이오는 이날 TV 토크쇼에서 "현재 유로화는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않으며, 우리는 대안통화 등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는 브렉시트가 유로존과 EU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EU 정치권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마이오 원내대표는 "영국과 같은 나라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EU는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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