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머리·몸통 다 훑는다···檢, 신동빈 정조준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검찰의 롯데그룹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으로 신동빈 회장 체제에서 그룹의 '머리'와 성장을 책임져 온 '몸통'이 고스란히 수사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앞서 지난 10일 그룹 컨트롤타워 정책본부를 포함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핵심 계열사 6곳과 신 회장 및 정책본부 핵심 관계자 자택 등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14일에는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10여곳과 주요 임원 자택 포함 총 15곳을 추가 압수수색했다.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정책본부 및 화학·서비스·유통에 집중되면서 신동빈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검찰은 현재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계열사 간 자산·자본거래나 총수일가 개인회사·부동산에 대한 특혜성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신동빈 회장이 이를 그룹 성장을 위한 정·관계 로비 등에 동원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신 회장 본인이 직접 초대 본부장을 맡았던 정책본부는 국내외 계열사 전반의 경영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편제상 롯데쇼핑에 속해 있는 정책본부는 그룹 2인자로 통하는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성장을 주도한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그룹의 '입' 역할을 해오며 신 회장의 북미출장에 동행 중인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등 신 회장 측근들이 250여 임직원을 두고 그룹 전반을 총괄한다. 지난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 회장의 '형제의 난'을 거치며 균열을 보인 문고리 권력을 통해 신 회장의 비자금 조성 정황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은 정책본부 산하 비서실에서 2008년 이후 2000억원대 자금을 관리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11일 총수일가 부자(父子)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모 전무(57), 류모 전무(56)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전날까지 이틀 연달아 이들을 소환 조사했다. 2008년부터 비서실에서 신 회장을 보좌해 온 이 전무는 작년 8월 24년간 신 총괄회장을 보좌해 온 김성회 전무 후임으로 비서실장을 맡았다가 형제의 난이 불거지며 2달 만에 해임됐다. 이 전무와 사돈지간인 류 전무는 신 회장을 보좌한다. 비서실 관리자금은 사실상 신 회장의 '쌈짓돈'으로 추정된다. 비서실은 신 총괄회장 자금 명목 100억원, 신 회장 자금 명목 200억원을 관리해왔지만, 이 전무는 해임과 함께 관리주체가 바뀔 처지에 놓이자 이를 외부로 빼돌려 개인 보관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전날 이 전무가 서울 목동 처제집에 보관해 온 현금 다발 30억여원과 서류뭉치를 확보했다. 롯데호텔 34층 신 총괄회장 집무실 개인금고에 보관해 온 물건이지만 인수인계 대상은 아니었던 셈이다. 검찰은 보관장소 및 관리형태에 비춰 신동빈 회장의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 비서실 관계자들은 "배당금과 급여 명목으로 조성된 합법자금"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수뇌부는 증거은폐·인멸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포착하지 못한 롯데호텔 33층 비서실 내 비밀공간에서 금전출납 자료와 통장 등을 추가로 확보했다. 검찰이 신 회장의 주거지에서 확보한 개인금고 역시 수사에 단서가 될 만한 내용물은 없는 채였다.신 회장이 그룹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온 화학·서비스·유통 3대 분야 핵심 계열사들은 비자금의 수원지로 의심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검찰은 그룹 컨트롤타워로 기능해 온 정책본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포함 계열사 간 자산거래를 통해 비자금이 조성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중동 등지에서 원유 등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압수수색 당시 제외됐던 건설 부문이 강제수사 대상에 포함되며 검찰이 제2롯데월드 인허가 관련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건설은 제2롯데월드 주시공사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한국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하며 리조트 등 계열사 자산가치를 저평가한 뒤 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정황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 계열사 매출 의존 비중이 86%에 달하는 롯데정보통신을 비롯해 롯데피에스넷, 대홍기획 등 시스템통합(SI) 관련 사업체들도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 간 비자금 조성 통로로 지목되며 수사선상에 올랐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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