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검찰의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는 형제의 난을 거친 뒤 비교적 안정기를 맞고 있는 신동빈 회장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조재빈),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10일 롯데그룹 정책본부 및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계열사 7곳, 주요 임원들의 주거지 등 총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의 주거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신동빈 회장이 국내 계열사의 경영관리 기능을 집중시킨 부서다. 2004년 당시 부회장이던 신 회장이 경영관리본부 수장을 맡으면서 부서 이름을 바꿨다. 인사·경영·정책을 아우르는 한국 롯데의 컨트롤타워 격이다. 주요 계열사 대표들 역시 해당 부서를 거쳐갔다. 검찰은 그룹 2인자로 통하는 이모 정책본부장(부회장) 등 복수의 핵심 임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롯데그룹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설 과정에서도 요직을 맡아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성남 비행장 관련 고도제한 문제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던 제2롯데월드 건설은 신 회장이 정책본부장에 취임하면서 재추진됐다. 건축허가 당시 36층짜리 주상복합에 불과했던 제2롯데월드는 초고층 빌딩으로 설계변경을 시도하다 난관을 맞았으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임하던 서울시는 2006년 이를 심의해줬다. 공군의 반발이 지속되며 정부 역시 제2롯데월드 건축을 불허하기로 하면서 허가결정이 반려됐으나, 정권이 바뀌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결국 사업 추진 길이 열렸다. 검찰은 우선 롯데그룹 계열사간 자산거래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수개월 간의 내사 과정에서 계좌 추적을 통해 호텔롯데와 롯데백화점,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롯데마트 등으로 이어지는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핵심 임원들의 횡령·배임 사건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비자금의 용처로 향하면 인허가를 비롯 맥주사업 진출, 부산 롯데월드 부지 불법 용도변경 등 각종 특혜가 집중됐던 이명박 정권 인사들 역시 수사선상에 오르리란 전망이 나온다. 기업비리 수사 등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산하에서 2개 부서가 동시에 압수수색에 동원된 점도 눈길을 끈다. 현재 3차장검사 산하에서 3개 부서가 롯데그룹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구속)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이다. 신 회장의 배다른 형제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6)이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신 이사장 및 그 직계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들이 수사망이 좁혀오자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을 포착하고 업체 경영을 맡아온 전문경영인 이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제2롯데월드 건설 및 운영을 책임진 시행사 롯데물산 노병용 사장은 기업비리와는 별개 수사로 구속 위기에 처했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롯데마트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유해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출시할 당시 영업본부장을 지낸 노 사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노 사장, 이씨 등의 구속여부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오후 늦게 가려질 예정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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