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대응 한국은행 '최종대부자' 역할한은 출자 여부 두고 논란 재개 우려신용보증기금 지급보증 재원도 과제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는 8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조선·해운 구조조정 계획과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확정했다.당초 6월말로 예상됐던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은 시한보다 20여 일 앞당겨졌다.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정부와 한은이 서둘러 접점을 찾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특히 최근 경제성장률, 산업·소비동향 등 관련 지표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브렉시트 등 대외적으로 돌발 변수가 산재해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식을 두고 정부와 한은은 지난 총선 이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입장차를 쉽게 좁히지 못했다.새누리당은 지난 4·13 총선 과정에서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법으로 한국은행이 채권을 인수해 돈을 푸는 '한국판 양적 완화'를 제시했다.박근혜 대통령도 "한국형 양적 완화 정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국은행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하지만 한국은행은 발권력 동원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며 확실한 담보도 제공돼야 한다며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급보증과 대출금 조기 회수방안을 정부에 요구했다. 특히 수출입은행에 대한 직접출자는 더더욱 어렵다고 난색을 보였고 야당도 정부의 재정 역할을 강조하며 한국은행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결국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의견을 모았다.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주문하고 나서 정부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방안을 통해 정부와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합의를 이루면서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한은은 '시장 불안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경우' 수출입은행 출자 등 다양한 대책수단을 강구하기로 했다. 경제가 최악의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한국은행의 '최종대부자'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위기 상황에 따라 이를 근거로 한은에 수은 출자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이 장기화하거나 대량실업 등을 통해 위기가 번질 경우 한은의 출자 여부를 두고 정부와 한은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아울러 정부가 이번 발표에서 신용보증기금의 지급보증 재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2009년 은행확충펀드 조성 당시에는 한은이 신보에 보증 재원을 출연했다.한은은 이번에는 정부가 출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현재 한은이 부담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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