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침몰]'법정관리·매각결렬'…중형 조선사 운명은

법정관리 택한 STX조선 "청산 우려커…몸집 줄여서라도 살아남아야"매각 결렬된 SPP조선…청산 수순 밟나[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중형 조선사의 생사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젠 어느 곳이 살아남고 또 사라질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전날인 27일 오후 6시경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자율협약 종료 의사를 밝히면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PP조선이 건조한 7만4000t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아라몬'(기사내용과 무관)

아직 채권단이 자율협약 종료 안건을 부의하지 않았지만 STX조선은 신청이 늦어질수록 채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 법정관리 신청을 서둘렀다. 이달 말 도래하는 결제자금을 정상적으로 낼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법정관리 신청으로 채무를 우선 동결시킬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STX조선의 운명은 법원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법원은 자산·채무 실사와 회사가 제출하는 회생계획안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회생가능성을 판단해 법정관리를 개시할지, 청산 또는 파산시킬지를 결정한다. STX조선은 11월까지는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회생'으로 결정이 나면 STX조선은 채무조정을 통해 갚을 수 있는 수준을 채무를 탕감받는다. 일부 선주사의 건조 취소 통보로 일감이 줄어들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불리한 계약에 따른 악성 부채를 청산할 수 있다. 과감한 인적·물적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구조조정의 우선 순위가 기업 생존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몸집을 줄여서라도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STX조선의 한 직원은 "지난해부터 순조롭게 인도도 이뤄지고 3년에 걸쳐 구조조정도 다 해놨는데 지금 사업을 접어버리면 중국에만 좋을 일을 시키는 꼴"이라며 "중국이 한국을 뛰어넘겠다고 출혈 수준을 넘어선 지원을 하고 있는 만큼, 이럴 때 일수록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중형 조선소인 SPP조선 역시 삼라마이더스(SM)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 생사가 불투명해졌다. 채권단은 매각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의 조선업 경기를 고려하면 더 이상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청산 수순을 밟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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