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이세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장 클라우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AP =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원폭 피폭지 히로시마 방문은 성사시켰지만 경제 정책 주도는 실패.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주최한 일본의 성적표다."리먼 사태와 같은 위기가 또 올 수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 미에(三重)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개막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주장한 '위기론'이다. 아베 총리는 현재 세계 경제 상황이 리먼 위기 발발 직전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ㆍ식량 등의 상품가격이 2014년 6월에 비해 55% 하락했으며, 신흥국의 투자와 경제성장률 역시 리먼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그의 속내는 이날 토론 후 기자들에게 한 말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아베 총리는 "세계 경제가 큰 위험에 직면했다는 데서 의견 일치를 봤다"며 "이를 바탕으로 (금융ㆍ재정ㆍ구조 정책의) 3개의 화살을 G7에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노믹스를 설명할 때 쓰는 '3개의 화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서, 그가 G7이 함께 재정투입에 나서는 'G7판 아베노믹스'를 구상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굳이 그가 리먼 사태를 언급한 것은 자국 사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을 미루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율 인상 시기를 미루는 것은 리먼 사태나 동일본 대지진 급의 위기가 발발할 때 뿐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주장은 회의의 결론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됐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캐나다는 아베 총리의 주장에 동의했지만, 미국과 독일, 영국은 반대의사를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세계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 징후를 보이고 있다"며 아베 총리의 비관론을 반박했다. 이어 재정투입보다는 구조 개혁이 우선이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이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아베 총리의 비관론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입장에서는 미국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도 뼈아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는 물론 경쟁적 통화가치 절하를 비롯한 '이웃 거지 만들기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엔화 약세를 꼬집어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이번 G7 정상회담 종료 후 발표된 선언문에는 아베 총리가 주장한 구체적인 경제 대책은 빠졌으며, "재정, 금융,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말이 포함되는 데 그쳤다. 또 G7은 27일 발표한 정상선언문에는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키우는 일방적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지만, 중국의 반발을 감안해 중국을 지목하지는 않았다. 또 지난 1월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대해 "가장 강한 표현으로 비난한다"고 이날 선언문에서 밝혔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저녁 아베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로 이동해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하고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원폭피폭자와도 만남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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