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공자위 민간위원장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거시정책의 양대 산맥이다. 특히 대공황 당시 이 두 정책의 의미와 효과는 확인이 된 바 있다. 당시 팽창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매우 유용했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세계 각국은 이 두 정책을 통해 위기극복을 시도했지만 불행하게도 그동안 너무 많은 국가부채를 쌓아놓는 바람에 제대로 된 재정정책을 수행하기가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결국 통화정책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고 대부분 완화적 통화정책의 변형된 형태 즉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주를 이루었다.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정책 모두 위기극복을 위한 팽창적 통화정책이다. 실제로 두 정책은 상당한 의미가 있지만 원하는 효과를 모두 거두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본의 아니게 금융기관 건전성을 훼손시키는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제로가 되어도 통화량을 계속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이 시행되면 시중은행들은 예금이자와 대출이자를 모두 낮추게 되면서 예대마진이 줄어들고 수익성이 악화된다. 마이너스 금리의 경우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자금에 대해 보관료를 떼게 되면서 여유자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하지 않고 대출로 집행하게 된다. 결국 대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부실대출도 늘면서 은행의 건전성이 훼손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팽창적 정책이 금융기관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훼손하게 되다보니 효과도 반감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재정정책의 경우 하버드대의 로렌스 서머스 같은 경제학자는 지금이야말로 재정정책이 오히려 낫다는 주장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통화부문이 유동성 함정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통화를 계속 늘리는 것 보다는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재정지출을 늘일 경우 금리가 오르지 않으면서 경기부양효과는 상당히 좋다고 주장하면서 각종 인프라 지출을 늘리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사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부채이다. 일본의 경우 확장적 재정정책을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있는데 이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과 독일이 동시에 확장적 재정정책 공조체제를 구축하자고 독일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그리스로 하여금 긴축정책을 쓰도록 한 상황에서 혼자만 팽창적 재정정책을 실행하는 점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이다. 결국 이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폴리시믹스 즉 정책조합이 제대로 먹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사실 두 정책조합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두 개의 정책이 겹쳐지면 효과는 상당 부분 커질 수 있다. 또한 정책을 책임지는 주체가 서로 다른 경우 두 주체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서로 소통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참여하면 정책의 정당성도 확보되고 효과도 좋아진다. 최근 우리 경제 내에서 구조조정의 재원을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고 있다. 조선업과 해운업이 힘들어지면서 이 산업에 주로 대출을 해준 국책은행들이 힘들어지자 이에 대해 정부와 한은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은법에 명시된 한은의 목표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인 만큼 금융안정을 위해서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 있는 정책이다. 정부는 LH공사 주식 등 실물자산 출자를 통해 자본확충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금융기관 건전성이 훼손되는 경우 그 부작용은 상당히 커진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한계를 보이는 이유가 바로 금융기관의 건전성 훼손 때문인 면이 있다.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면 실물부문 부실이 경제 전체로 퍼져나가게 된다. 따라서 통화정책에 재정정책을 가미하여 통화정책의 부담을 덜면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다행히 정부와 한은은 신용보증기금의 활용 방안 등을 통해 합의점을 잘 찾아가고 있다. 두 기관의 협력을 통해 국책은행자본을 제대로 확충함으로써 실물부문 부실의 전이와 증폭을 막고 구조조정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대승적 접근이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공자위 민간위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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