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수십년간 강력한 동맹관계를 자랑했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엇박자가 심해지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문시 국왕이 공항에서 영접하던 전례를 깼다. [AP=연합뉴스]
미국 상원은 17일(현지시간) 이른바 '9ㆍ11 사우디 소송 허용법'으로 불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테러로 미국인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이를 지원하거나 책임이 있는 국가에 대한 면책특권을 배제, 피해자들이 해당 국가 정부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사실상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하고 있다. 법안 자체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관료 일부가 9ㆍ11 테러범들의 활동을 사실상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추진된 것이다. 공화당의 존 코닌 의원과 민주당 찰스 슈머 의원이 공동 발의했을 정도로 이 법안은 양당 의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물론이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 버니 샌더스 측도 이 법안에 지지입장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정치권에선 미국 대통령들이 국익을 이유로 비공개로 분류해뒀던 사우디 관련 9ㆍ11 수사보고서의 공개도 요구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사우디 정부 관리들과 테러범들의 관계를 조사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백악관은 즉각 거부권 행사를 경고하고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법이 시행된다면 테러 지원국으로 몰리게 될 사우디와 미국의 외교관계가 파국을 맞을 것이란 우려를 반영한 대응이다. 설사 이 법안이 무산된다 하더라도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이미 꼬일대로 꼬여 있다. 사우디 정부는 문제의 법안이 실시되거나 관련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사우디가 보유한 미국 정부 채권 매각 등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미 재무부도 지난 16일 지난 3월말 현재 사우디의 미 국채 보유 규모가 1168억 달러(약138조원)에 달한다고 전격 공개했다.에 앞서 미국과 사우디 정부는 시리아와 이란 해법 등을 두고도 갈등을 빚어왔다. 오바마 정부는 이란 핵협상 타결이후 대(對) 이란 경제 제재를 풀고 국제사회로의 복귀를 돕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는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하며 중동지역에서 오랜기간 숙적이었던 이란과의 핵 협상과 금수조치 해제에 강력히 반발해왔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한 태도도 다르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정권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미군의 직접 개입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사우디는 즉각적인 무력 개입에 나서겠다며 미국과 다른 길을 걷고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앤틀랜틱'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와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이 미국으로부터 안보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 부담을 지지않으려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우디도 지난 달 20일 수도 리야드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을 사실상 푸대접했다. 국왕이 직접 공항에서 영접하던 관례를 깬 것이다. 국영 텔레비전방송의 공항영접 생중계도 생략했다. 당분간 전통적 우호 관계 복원은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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