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업무 전담할 정부 컨트롤타워 필요긍정적인 훈육·사회적 비폭력 분위기 조성돼야
굿네이버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42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3월20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연이은 아동학대 사망 사건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시간에 아동학대 근절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한겨울 욕실에 갇혀 찬물과 락스 세례를 받다 숨진 7살 원영이의 죽음은 아동학대를 막아낼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었던 우리사회가 자초한 또 하나의 '참극'이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지역아동센터가 원영이를 지켜보고 보살피기도 했지만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는 부모의 반발에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었다.반면 얇은 옷차림에 맨발로 가스배관을 타고 자신의 집을 탈출한 인천 11살 소녀의 경우 가게로 들어와 먹을 것을 찾는 아이를 무심히 지나치지 않은 슈퍼마켓 주인의 신고가 결정적이었다. 아이를 내쫓거나 외면하지 않고 이상하게 여긴 그 자체가 영원히 묻힐 뻔 했던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게 됐다.참담한 소식이 속속 전해질 때마다 시민들은 아이들이 학대를 받고 숨져갈 때 주변 어른 누구도 그들을 제대로 돕지 못했다는 사실에 한없는 안타까움과 자괴감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세상에 알려진 극단적인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아동보호 전문가들이 지적이다.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아이들이 가장 의존하는 부모나 보호자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어 은폐되기 쉽고, 그만큼 가장 잔혹한 폭력 중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학대받는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정부가 아동보호 체계와 관련한 기획·조정 업무를 맡는 전담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아동학대 예방 정책과 업무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경찰,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 등으로 흩어져 있다. 학대의 예방과 대응, 사후 관리의 전 과정을 총괄하면서 업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구심점이 없다.정부 산하 각급 기관이 동원돼 진행중인 아동학대 사례 조기발견을 위한 조사들도 정부의 상설 관리체계가 없어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아동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경미한 아동학대일지라도 예방적 차원에서 경찰이 초기에 개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지난 2014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지만 실제 아동학대 신고 중 특례법이 적용되는 경우는 10%에도 못미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법적·제도적 개선을 통해 방임과 체벌을 전면 금지하고 부모들이 긍정적인 훈육의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 아동학대와 더불어 학교폭력, 가정폭력 등 사회 전반에서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여승수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부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어른들의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며 "자신이 왜 맞아야 하는지 모르며 맞고 있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주변의 관심"이라고 강조했다.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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