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단상]청년고용할당제는 약처방이 아닌 독처방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이 1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청년실업률은 11.8% 로 3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였다. 취업준비생과 졸업유예자 등 잠재적 실업자까지 더하면 사실상 청년실업자는 100만명, 체감 청년실업률은 20%를 넘어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대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저성장과 경기침체, 기업 구조조정, 정년 60세 의무화, 대기업 정규직의 고임금 등으로 인해 고용절벽 현상은 좀처럼 누그러질 줄 모르고 있다.한편, 총선 기간 중 각 당이 민간기업 청년고용할당제를 내 놓았다. 청년고용할당제는 공공부문에 한시적으로 적용중인 할당제를 확대해 300인 이상 민간기업도 매년 정원의 3∼5% 이상 고용 규모를 늘리도록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청년고용 문제는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실업문제의 근본적 답이 될 수 없다. 만일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일정소득 이상의 근로자에게 소비수준을 전년대비 3∼5% 이상 늘리도록 강제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취업이 어려우니 기업에게 채용을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처럼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논리이기도 하다. 아울러 생물학적 나이만을 기준으로 특정 연령층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위헌적 조치다. 단적으로 말해 34세 이하 청년고용할당제가 시행되면 35세 이상 구직자는 사실상 취업을 제한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헌법재판소는 2014년 공공기관 청년고용할당제에 대해 정족수 미달로 합헌 판결을 내리긴 했으나, 4대 5로 위헌 다수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청년고용할당제를 주장하는 것은 청년층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취업이 어려우니 기업들에게 채용을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처럼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포퓰리즘 정책은 필연적으로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우선 청년이 아닌 구직자들의 취업 기회 감소는 물론이고, 구직자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인력난을 겪을 것이다. 대기업은 급격히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투자를 줄이거나 해외 이전을 고민할 것이고 성장 중인 중소기업조차 할당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대기업이 되는 것을 기피하는 소위 '피터팬 신드롬'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이다. 또한 급증하는 인건비 부담은 기존 근로자의 고용불안과 일자리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 필요 이상의 인력을 충원한 현재 상황에서 당장 몇 년 뒤의 청년 구직자들은 더욱 혹독한 고용절벽에 직면할 수도 있다.벨기에는 지난 2000년 세계 최초로 청년고용할당제 '로제타 플랜'을 도입했다. 제도 도입이후 청년실업률은 일시적으로 17.4%까지 하락하였지만 시행 3년 만인 2003년에 다시 21.7%로 치솟았다. 결국 '로제타 플랜'은 부작용만 초래한 채 폐기되고 말았다.정치권이 청년실업 해소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노동시장의 근본적 체질 개선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노동시장 개혁과 서비스산업발전 등 성장률 제고와 투자 확대를 위한 법안에 힘쓰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일자리가 부족하면 채용을 늘리도록 강제하면 되지 않느냐'는 청년고용할당제가 정치인에게는 달콤한 묘약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우리 경제에는 독으로 작용해 오랫동안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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