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서 콘돔까지…당신도 '더티한 옥시' 애용자?

건강·위생·가정이 회사 3대 가치라더니…소비자 '공분'데톨, 쉐리, 듀렉스 등 유명 브랜드도 옥시 제품제품 안전성·성분 문제 될 때마다 책임회피…미온적 태도가습기 살균제 사태 뒤엔 법인 바꾸고 사명도 변경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국내에서 100여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가 무책임한 태도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세제나 제습제, 방향제, 콘돔 분야에서 국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생활밀착형 기업이지만 허술한 제품 개발과 미온적 대처로 화를 키우는 모양새다. 사고 후 은폐에만 급급해 하는 옥시는 이제껏 단 한마디의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옥시레킷벤키저는 세제, 섬유유연제, 제습제, 방향제, 청소용품, 주방용품, 생활용품, 약품, 콘돔 등을 제조ㆍ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표백제 옥시크린, 세제 오투액션 등이다. 옥시크린의 경우 30여년간 판매된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의 제품이며, '빨래 끝'이라는 광고문구로도 유명하다. 오투액션(세제), 데톨(손 세정제), 쉐리(섬유유연제), 이지오프뱅ㆍ옥시싹싹ㆍ하픽시리즈(청소용품), 게비스콘ㆍ스트랩실(약품), 듀렉스(콘돔), 숄(각질제거) 등이 옥시의 브랜드들이다. 제품의 안전성으로 옥시 계열 브랜드가 문제를 일으킨 것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에는 중성세제라고 표기한 데톨(데톨 3 in 1 키친시스템) 주방세제의 산성도가 높아 피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라 이 제품을 회수하고 환불조치했다. 의사협회는 데톨에 대한 제품 추천을 취소하기도 했다. 화학성분으로 털을 녹이는 원리의 제모크림 비트도 피부 부작용이 잇따랐고, 청소용품 이지오프뱅의 라벨 잉크가 녹아 오염을 일으키는 일도 있었다. '국민 제습제'로 통하는 물먹는 하마의 경우 유통중 용기가 파손돼 누수가 발생했고, 방향제 에어윅(에어윅 전기식 방향제 릴랙싱 라벤터)은 국가기술표준원 조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메탄올이 검출돼 환불조치됐다. 그러나 옥시는 매번 느슨한 사후처리로 지적을 받았다. 데톨 사태 당시에는 본사 고객센터나 홈페이지 환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마트에서는 영수증과 적립카드 내용이 없으면 환불받을 수 없도록 했다. 그밖의 제품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사과나 보상은 없었다. 무엇보다 국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해 곰팡이나 세균, 황사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놓는 등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소비자들을 분노케했다. 옥시가 대외적으로 '건강, 위생, 가정'을 회사 3대 가치로 내세우는 데 대해서도 소비자들은 공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건강과 위생을 망치고, 가정을 파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품 개발 내역이나 기업 운영 현황에 대해 지나치게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공론화 되자 옥시는 회사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기존 법인을 해산한 뒤 주주ㆍ사원, 재산, 상호만 두고 법인을 새로 세운 것이다. 검찰과 법원이 관련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관계를 밝힌다 해도, 해산된 법인이 존속하지 않아 법인 차원의 처벌은 피할 수 있게 했다. 게다가 유한회사는 기업의 운영 현황에 대한 보고 의무가 없어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2014년에는 사명까지 바꿨다. 옥시를 완전히 빼버리고, 레킷벤키저의 스펠링만 딴 RB코리아를 간판으로 내세웠다.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윤리적 소비에 초점을 맞추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렴한 가격, 높은 브랜드 인지도 등에 만족하지 말고 윤리적으로 잘못된 기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윤리적으로 잘못된 기업을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다 보니 윤리, 도덕성 관련해 선진국보다 포용적"이라며 "냄비근성 등 개개인의 이기심도 더해져 당장 나에게 손해가 없으면 관심이 없고, 작은 보상으로 만족해버린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이어 "압축성장으로 경제발전만 주력하다보니 높아진 소득수준만큼 청렴성, 윤리성은 함께 성숙하지 못했다"며 "이번 옥시 사태도 성숙하지 못해 나타난 부작용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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