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줄기차게 제기해 온 '국회(야당)심판론'에 국민은 '정권심판'으로 응수했다. 여당이 20대 총선에서 122석을 차지하며 1석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에 원내1당 자리를 내준 결과로 인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건 불가피해졌다. 박 대통령이 통합 리더십을 발휘하면 문제가 풀릴 수 있지만 그간 비박(비박근혜)계와의 갈등에서 노출된 통치 성향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총선 완패라는 충격에 휩싸인 청와대는 14일 오전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주요 참모들은 기자들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오랜 기간 함께해 온 청와대 직원들은 허탈함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았다.전날 밤부터 내내 침묵하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까지도 선거결과에 대해 논평을 내놓지 못했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한 줄짜리 입장을 내는 것조차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청와대는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정연국 대변인은 오전 10시20분께 다시 춘추관을 찾아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의 이런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무미건조한 논평을 내놨다. 선거결과에 대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실망과 분노가 느껴진다. 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인사파동, 세월호 참사,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대란 등 주요 악재를 겪으면서도 목에 힘을 빼지 않았다. 40%라는 단단한 대통령 지지율을 믿은 것이다. 야당이, 비박계가, 좌파가, 시민단체가 아무리 뭐라 해도 "국민은 내 편"이라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그것은 종종 '뚝심'이라 표현되기도 했으나, 손에 잡히는 성과 없는 뚝심은 국민에게 결국 오만으로 변질돼 비쳤다.앞으로도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한다면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자가당착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유인이 될 수 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또다시 '누구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은 기존 스타일로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식이다.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길이다.이제 야당을 비판하고 여당을 질책하는 방식의 국정 운영은 불가능하다. 싫더라도 손을 내밀어야 하고 큰 그림의 비전을 위해 때로는 질 줄도 아는 통합의 정신만이 살 길이다. 남은 임기 22개월, 나아가 박근혜정부의 성공 여부는 박 대통령이 이 같은 현실을 현실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일방적ㆍ권위적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변화를 주느냐 아니냐에 전적으로 달렸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