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첫 부인은 '오럴'욕망을 지닌 여인이었다

이기쁨의 '색수어필(色手語筆)' - 밤의 괴물, 릴리트 이야기

[아시아경제 이기쁨 기자]유태인 아우슈비츠 생존자로서 현장의 참상을 고발한 <이것이 인간인가>를 쓴 이탈리아 작가 프리모 레비(1919~1987)는 <릴리트(Lillith)>라는 소설도 썼다. ‘릴리트’는 유대 신화에 나오는 존재로, 이브 이전에 있었던 아담의 첫 부인이다. ’밤의 괴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릴리트는 잠든 남자와 정을 통하는 악령이다.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가 그린 '레이디 릴리트'(1868)

성서의 이브는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었지만, 릴리트는 아담처럼 흙으로 빚었다고 한다. 문제는 릴리트를 빚을 때 흙이 조금 모자라 성기를 얼굴에 붙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릴리트는 입을 통해 성적 쾌락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영락 없이 <목구멍 깊숙이>의 린다 러브레이스와 닮은꼴이다.이 여자는 아기도 낳지 않고 영원히 허기를 느끼며 사내를 갈구한다. 남자에게 복종하기 싫었던 릴리트가 야반도주해버리자, 신은 하는 수 없이 아담의 부속 하나를 꺼내 착한 이브를 창조한다. 이브는 가정을 꾸리고 지키는 여자의 전형이 되었고, 집을 나간 릴리트는 밤마다 사내의 성기 주변을 맴돌며 목구멍 깊숙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精)을 빨아들인다.레비의 <릴리트>는 ’린다증후군‘이 이상심리나 변태행각이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의 일부임을 ’신화‘를 데려와 보여준다. 세상의 아담에게는 보통 사랑을 해주는 ‘둘째 부인‘ 이브와 마우스 서비스에 뛰어난 ’첫 부인‘ 릴리트, 이렇게 두 명의 아내가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다는 말이다. 서양엔 음담패설도 꽤 '신화적'이다.이기쁨 기자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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