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내 맘대로 만드는 모닥치기

오랜만에 백화점이나 마트에 나가 예쁜 그릇들을 볼 때면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게 많아진다. 하지만 밥그릇, 국그릇, 반찬 접시 등의 예쁜 그릇들을 세트로 마련해 맛난 음식들을 담아 멋지게 한상 차려내고 싶은 마음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된다. 1시간이 넘게 요리해서 정작 먹어 치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거기다 설거지하고 치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이 넘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그러다 보니 커다란 접시에 밥이나 반찬을 모두 놓고 먹게 되는 일도 많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 제대로 된 간판도 없이 떡볶이와 순대, 어묵 등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다. 간판 대신 붙어 있던 커다란 현수막에는 ‘떡튀순 5000원’ 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주머니, 떡튀순 하나요~” 하고 주문하면 커다란 접시에 떡볶이와 튀김, 순대를 한데 담아 어묵 국물과 함께 담아줬다. 이 포장마차에서는 나처럼 설거지가 힘들어 한 접시에 모두 담아줬는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떡볶이와 함께 여러 가지를 한 접시에 담아주는 방식은 제주도가 원조이다.

모닥치기

‘여럿이 함께 힘을 합쳐한다.’ 제주도 방언인 모닥치기의 뜻이다. 제주도 한 시장의 분식집에 가면 모닥치기라는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모닥치기의 뜻처럼 떡볶이, 김밥, 튀김 등을 한데 모아 주는 것인데 이 분식집 주인 할머니가 김밥, 떡볶이, 만두, 김치전을 팔다 섞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낸 메뉴라고 한다. 떡볶이 국물에는 순대나 튀김을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김치전을 함께 먹는 것은 제주도식 모닥치기만의 특별한 방법이다.

이제부터 접시에 이것저것 모두 놓고 혼자 밥을 먹을 때에는 설거지가 귀찮아서가 아니라, 나만의 모닥치기를 만들어 먹는 것으로 하자. 모닥치기를 만들 때에는 정해진 방법은 없다. 모닥치기의 정의에 충실하도록 그저 여러 음식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글=푸드디렉터 오현경, 사진=네츄르먼트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