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운동권적 사고의 극복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공자위 민간위원장

어렸을 적 부모님 손을 잡고 가서 먹어본 짜장면의 맛은 나이 들어서도 잊지 못하는 최고의 기억 중 하나다. 맛은 추억과 연결되어 있다. 어린 시절 맛있게 먹은 음식에 대한 추억은 일생동안 유지된다. 젊은 대학생 시절 형성된 사고는 학교를 졸업하고서도 상당 기간 유지된다. 대부분의 경우 체계적 학습을 하는 마지막 단계인 대학시절이 끝나면 취직을 하게 되고 다양한 경험이 쌓이기는 하지만 기본적 사고체계는 이미 굳어진 경우도 많다. 5공화국 시절 대학가에서 체제에 대한 회의는 극에 달했었고 체제 변혁에 대한 주장이 드높았다. 소위 사회구성체 논쟁은 체제의 변혁이 필요하다는 수준으로까지 확산됐고 이 와중에서 소위 주체사상까지 대학가에 침투하면서 수령론으로 무장한 일부 세력들이 혁명의 필요성을 공공연하게 지적하기까지 했다. '식민지 반봉건사회론'이나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 등은 대한민국 체제에 대한 당시 운동권의 시각을 잘 보여주는 논의들로, 반미와 반기업 정서를 기본으로 하는 운동권적 사고가 대학가를 휩쓴 부분을 잘 요약해주고 있다. 반미 정서가 극대화되면서 1986년에는 전방부대에 입소하여 훈련을 받는 프로그램을 '미제의 용병교육'으로 정의하고 이에 반대하면서 몇몇 학생들이 분신자살까지 하는 극단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망할 것 같다던 대한민국 경제는 80년대 중반 이후 초고속 성장을 하면서 지금은 일인당 소득이 3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환위기를 겪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우량한 경제 체제를 자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성장 과정을 보며 희망을 가지는 국가도 늘어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주축이 되어 추진하는 지식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KSP)은 우리 경제의 발전경험을 개도국이나 신흥국에 전수해주는 프로그램인데 많은 국가들이 이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고 우리 경제의 발전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물론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도 많다. 가계부채 자영업 부동산 청년실업 등으로 대표되는 위험요소들도 여럿 있다. 하지만 거꾸로 이러한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운 국가가 전 세계에 어디 있는지를 자문해보면 이 문제를 보는 시각을 잘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확인이 된다. 이렇게 보면 이 문제들을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잘 관리해나가면서 해결해 나가야할 과제로 인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큰 위기를 피해가면서 이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보다 긍정적인 접근과 평가가 필요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지나치게 침소봉대 하면서 '헬조선'을 외치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는 사람에게는 미국이나 일본도 헬미국 헬일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국가들도 나름대로 엄청난 경제 사회적 골칫거리들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운동권 정치의 청산이라는 과제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학생 운동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민주화의 흐름을 이끌어내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세상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운동의 의미는 재해석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을 잘못 태어난 나라로 인식을 하거나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국가라는 식으로 보는 시각은 이제 지양되어야 할 때가 왔다. 건국과 호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등 우리 역사를 자랑스런 역사로 인식하면서 이 나라가 더욱 잘되도록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더욱 발전시켜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에 존재하는 과제들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식의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하면서 분열을 꾀하기 보다는 보다 대승적 차원에서 양 주체들 사이의 공존을 모색하면서 적절한 해법을 모색하는 긍정적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이루어낸 업적들을 공정하게 평가하면서 우리 경제 체제가 가진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공자위 민간위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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