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집트 중앙은행이 자국의 이집트파운드화 가치를 13% 평가절하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이집트 중앙은행은 시중 은행들에 달러당 8.85이집트파운드의 환율을 적용해 1억9800만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지난 9개월간 적용 환율은 달러당 7.73이집트파운드였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변동 환율제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이집트파운드화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해왔다. 그동안 이집트 국내의 달러 부족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자동차 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GM)는 지난달 초 며칠간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만 했다. 부품을 수입한 업체들에 지급할 달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집트의 대형 자동차 조립업체 GB오토스도 같은 이유로 지난해 9월~10월 사이 3주간 생산을 중단해야만 했다.이집트에 달러 부족 사태가 발생한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2011년 일명 '아랍의 봄'으로 일컬어지는 민주화 혁명 후 정치적 혼란이 5년째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가 급감했고 지난해 10월 러시아 항공기의 시나이 반도 추락 사건으로 달러 수입의 중요한 원천이었던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은 것도 악재가 됐다. 세계 교역 감소로 수에즈 운하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예전만 못 하다는 점도 달러 부족의 원인이다.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이집트파운드화 강세 정책을 취하면서 되레 달러 부족 현상을 심화시켰다. 암시장에서는 이미 이집트파운드화가 달러당 9이집트파운드 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는데 달러당 7.73이집트파운드 환율을 고수한 것이다. 달러가 제값을 평가받지 못 하자 달러는 점점 더 암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당국은 되레 암시장으로 흘러든 달러를 제도권으로 끄집어내겠다며 암시장 붕괴 정책을 썼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달러를 차단하기 위해 자본통제 조치를 취하고 외환 예금 한도도 제한했다. 이같은 당국의 정책은 해외 투자자들의 불만을 샀고 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이 이집트파운드화 강세 정책을 버리고 이집트파운드화 평가절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이집트의 외환보유고가 크게 준 것은 당국에 부담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민주화 혁명이 일어나기 전 이집트의 외환보유고는 360억달러였으나 지난 2월 말 기준 165억달러로 줄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적정 외환보유고 기준으로 제안한 수입대금 3개월치분을 약간 넘는 규모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