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아파트 5곳 중 한 곳 꼴로 부정과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새로 도입된 외부회계감사의 첫 대상이 된 8991개 단지에 대한 감사 결과 19.4%인 1610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정부가 오늘 발표했다. 전체 주택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만큼 보편적인 주거공간이 된 아파트가 입주민이 피해를 입지 않는 쾌적한 곳이 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아파트에 대한 외부회계감사가 작년에 도입됐던 것은 그만큼 아파트 관리에서 부조리와 비리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입찰계약 부정, 잘못된 회계처리와 관리비나 하자보수금의 부당사용, 아파트 관리소와 입주자 대표의 관리비 부정사용 등 그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아파트 비리의 끊임없는 발생이나 다양한 유형들에서 새삼 확인되는 것은 아파트라는 신종 주거형태가 지난 50여년간 급속히 보급되는 과정에서 그에 걸맞은 법규와 제도, 문화가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공동주택인 한편 사적 주거공간이라는 양면적 성격이 아파트라는 공간을 합리적인 관리와 운영의 사각지대가 되게 했다. 공유공간에 맞는 '공동 관리'가 허술하지만 사적 공간이라 자치와 자율에 맡겨져 있는 현실이 부정과 부실이 자라날 토양이 된 것이다.그런 점에서 최근 아파트 비리 척결을 내건 시민단체까지 생겨나고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아파트 문제 전담팀'을 만드는 등의 개선작업을 벌이는 것은 뒤늦긴 했지만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누적되고 구조화된 문제인 만큼 바로잡는 것이 쉽지 않다. 지난해 배우 김부선씨의 '난방비리 의혹'을 둘러싼 주민들 간의 분란과 갈등에서 드러났듯 문제를 제기하는 것부터가 힘들다.중요한 것은 여러 주체들이 함께 다각적으로 노력해야 근본적인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오늘 밝힌 것처럼 관계기관 간 협업을 통해 공동주택 관리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손질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상시적인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작동케 해야 한다. 적발과 처벌 이전에 아파트 관리 주체들이 부정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일상적인 감시망이 촘촘해져야 한다. 그래야 오늘 발표된 것과 같이 '관리소장이 4년간 20억원을 부정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것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그러려면 특히 입주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서울시가 지난 1월 입주자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으로 공동주택관리규약을 개정한 것과 같은 세밀한 방안들이 더욱 필요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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