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앞 문방구, 다이소가 다 잡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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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새학기가 시작됐지만 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재동초등학교 앞 문방구는 한산했다. 새내기들의 수업이 끝나는 정오에도 문방구 앞으로 직행하는 초등학생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재동초등학교 앞에서 20여년 동안 문구점을 운영했다는 신모(67)씨는 "원래 이 학교 앞에만 문방구가 3개도 넘게 있었지만 문 닫은 지 오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근처에 재동초, 운현초, 교동초 등 초등학교 3곳이 있었지만 문구점은 한 곳 뿐이었다. 신씨는 "개학해도 손님이 없다. 요새 마트가거나 인터넷으로 사지 누가 문방구에서 학용품을 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에서 준비물이 나오는 뒤로부터는 애들이 더 안와. 그 전에는 도화지 같은 것도 사러오고 했는데 이젠 거의 없어졌어"라고 말했다.초등학교 근처에서 만난 세 명의 소녀들은 나란히 저가제품 양판점 다이소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서울 교동초에 재학 중인 A(11)양은 "문방구는 좀 멀리 있어서 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다이소에서 색종이를 샀다"고 말했다.A양이 들른 다이소는 접근성이 좋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안에 위치해 있었다. 다이소에선 형형색색 색종이, 색연필, 공책 등 각종 문구류와 교과 보조재까지 약 450여종의 학용품을 판다.통계청의 '도·소매업 조사'에 따르면 2006년 2만191개이던 전국의 문구 소매점은 2014년 1만3496개로 33% 가량이 문을 닫았다.

사진=영화 '미나문방구'

학교 앞 문구점 경기가 안 좋아진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학령인구(6~21세)는 887만명으로 1996년 1171만명보다 284만명(24.25%)이 줄어들었다. 10년 사이 학교에서 학생 4분의 1이나 줄어 든 것이다. 2011년부터 본격 시행된 학습준비물 지원제도가 생기면서는 손님이 더욱 줄었다. 지난해 9월엔 문구소매업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지만 영업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린이의 놀이문화가 변한 것도 문방구가 사라진 이유중 하나다. 80~90년대야 문방구가 최고의 놀이터였다지만 요즘 초등학생들은 문방구에서 노는 것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더 익숙한 세대다.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어린이, 청소년 휴대폰 보유 및 이용행태 분석'에 따르면 저학년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2014년 22.6%에서 2015년 25.5%로 늘었다.저학년 초등학생 4명 중 1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소리다. 고학년 초등학생(4~6학년)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59.3%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3차원 게임이 문방구 앞에 놓인 작은 오락기계를 대신한다.신씨는 "애들도 뭘 알아야 구경하고 사지. 요즘에 다들 스마트폰 가지고 노는데 이런게 눈에 들어오겠어?"라고 말했다. 문방구 한 켠에는 90년대 뜨거운 인기를 누리던 다마고치가 먼지에 쌓여있었다. 취재 도중 기다리던 꼬마손님이 한 명 들렀다. 8살 남짓으로 보이는 소녀는 문방구 구석구석을 살피더니 봉숭아물들이기 도구를 만지작거렸다. 신씨가 "그게 뭔 지 알아?"라고 묻자 "몰라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꼬마손님은 이내 흥미를 잃고 돌아섰다.이곳만 그런가 싶어 3군데의 학교를 들렀지만 마찬가지로 문방구가 없거나 한산했다. 물론 아직까지 문방구 앞이 북적이는 곳도 있었다. 종로구 혜화초 앞 문방구에는 제법 초등학생 손님이 눈에 띄었다. 실내화를 찾는 손님을 시작으로 한 무리의 초딩손님들이 들렸다. 아이들은 문방구 대표 군것질 거리인 쫀드기, 아폴로를 부지런히 고르면서 가게 구석구석을 누볐다.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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