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질 변하는데 관련 인력은 아직 미진, 구조조정성 인재 구하기 안간힘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재계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사업재편의 후폭풍이 인력수급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대해진 덩치를 줄이고 노후화된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존 인력들에 대한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신규 사업에 필요한 인력들은 충원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업계는 "쓸만한 인력은 전부 다 중국에 간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중국과의 인재 유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전자업계 관계자는 8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핵심 역량을 변화시켜가고 있는 가운데 인력수급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최근 시작한 신규사업 대부분이 고도의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가진 인력들을 필요로 하는데 정작 이 같은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센터장은 3년째 공석이다. 일부러 비워둔 자리가 아니라 맡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처음에는 국내서 찾았지만 삼성전자가 원하는 요건을 갖춘 인물을 찾기 어려워 해외로 눈을 돌렸다. 삼성전자가 원하는 스펙은 해외 글로벌 유력 소프트웨어 기업의 근무 경력,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한국계 외국인, 한국 본사 근무 등으로 조건이 까다로운 이유도 있다. 센터장 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 중에서도 경쟁력 있는 직원들 뽑기가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자업계의 핵심 경쟁력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변화한 가운데 핵심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한 상황인데 인재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LG전자도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 내에서 차량용 소프트웨어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기, 전력, 전자 등 하드웨어 관련 인력들은 국내에 많지만 특정 부문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인력들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SDI는 기존 인력들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한편 전기차 배터리 분야와 전자재료분야에선 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이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정리된 브라운관, PDP 관련 인력들을 떠나보낸 가운데 핵심 사업으로 부상한 2차전지 관련 인력들을 충원하려 나섰지만 인재 찾기가 만만치 않다.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의 핵심인 인공지능 분야의 인재들을 찾아나서고 있다. 센서, 카메라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인재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지만 고도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필요한 인공지능 분야에선 인재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중공업 분야에선 해양플랜트 분야 전문 인력 부족이 골칫거리다.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국내 중공업 업계가 갖고 있는 경쟁력은 건조 부문이다. 시스템 통합설계와 해저플랫폼 등 수익성이 높은 부문에서는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중국이 인재 유치 전쟁에 뛰어들며 쓸 만한 인재는 빼앗기고 우리 기업들의 핵심 인재까지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학계는 우리 기업들이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동원하고 정해진 목표를 조기 달성해 이뤘던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급하게 인재 유치에 나서는 대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어 많은 인재들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동 서울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저서 '축적의 시간'에서 "기업들이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버리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시행착오의 과정과 결과를 꼼꼼히 쌓아가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면서 "산업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틀을 바꿔 국가적인 차원에서 축적을 지향하도록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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