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이 유럽 특허출원 1위 자리를 필립스에 내줬다. 특허출원 건수도 감소해 삼성의 기술초격차 전략에 이상신호가 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4일 유럽특허청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유럽에서 2366건의 특허를 출원해 총 2402건의 특허를 출원한 네덜란드 필립스에 1위를 빼앗겼다. 삼성전자는 2013년 유럽 특허출원 건수 기업별 순위 1위를 차지한 이후 2014년 2541건의 특허를 출원하며 2년 연속 유럽특허 출원 건수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총 29개에 달하는 국내 연구소 조직을 통폐합하고 DMC연구소 인력 1000여명을 사업부로 배치하는 등 대대적인 연구개발(R&D) 조직의 재편의 여파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장기 과제를 연구하던 연구원들이 현업으로 배치되는 작업이 본격화 되면서 R&D 프로젝트의 상당수가 줄어들었고 특허 출원건수도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R&D 비중을 높여왔던 종전 전략에서 인수합병(M&A)과 스타트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특허 전략에도 일부 변화가 있었다. 특허 출원 역시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양보다 질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특허 개수 보다 해당 특허를 활용해 벌어들이는 이익을 늘려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미래성장동력특별위원회를 열고 국내 기업들의 특허를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들의 특허 경영은 규모면에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뒤지지 않았지만 특허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인용 건수에서는 평균 5.2회로 미국 기업들의 인용 건수인 11.3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때문에 삼성전자 역시 개수 보다는 인용횟수를 늘리고 핵심 사업 영역에 특허출원을 집중해 R&D 효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지난해 유럽 특허출원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기술, 바이오 부문에서 처음으로 9위를 기록하며 10위권내에 안착했다. 성장은 더디지만 의료분야에서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삼성이 1위 자리를 내준 가운데 LG는 유럽 특허출원 기업별 순위를 한계단 높여 3위를 차지했다. LG는 지난해 2091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2014년 대비 27.7% 늘었다. 시장선도를 기치로 내세우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등과 그룹 차원의 신사업인 에너지 분야에서의 특허출원 건수가 늘었다. 4위는 중국 화웨이가 차지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1953건의 특허를 출원해 2014년 대비 특허출원 건수가 22.1% 늘어났다. 중국 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유럽 특허출원 톱 10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기업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한편, 삼성과 LG를 제외한 국내 기업들의 유럽 특허출원 건수는 LS산전 144개, 현대 120개, 포스코 66개, 두산 65개 순으로 집계됐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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