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부애리 기자] 개한테 돈을 쓰는 것은 '돈지랄'이라고 생각했다. 국어사전에 등록된 이 단어는 분수에 맞지 아니하게 아무 데나 돈을 함부로 쓰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최근 '펫로스 증후군'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은 심각하다고 한다. 동물은 사람보다 수명 주기가 짧아서 먼저 세상을 뜨게 되는데 그 슬픔은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 실제 지난 설 연휴 운동을 마치고 집에 걸어 돌아오는 길에 한 대형 동물병원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는 50대 아주머니를 봤다. 아주머니 뒤엔 아기처럼 포대기에 싸여진 동물의 사체를 안고 있는 남편이 있었다. 정말 그렇게 슬픈 일일까? 고작 개 한 마리 죽은 것이?방문했던 호스피스 병동에서 그 의문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반려동물을 키워 본 사람들은 반려동물의 죽음이 대부분 가족을 잃은 것과 같은 슬픔을 겪는다고 말한다. 10여년간 함께 살면서 내 곁을 지켜준 가족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생명은 어느 것이나 귀하다. 반려인들은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돈을 쓴다.반려동물 호스피스 병원에 처음 들어서자 경쾌하면서도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흘러 나왔다. 통유리로 된 창은 따뜻한 햇살을 그대로 통과시키고 있었고 쾌적했다. 물론 가격 부담은 상당하다. 병동 간호사가 하는 설명을 들으면서 입이 쩍 벌어졌다. 이곳에서 반려동물이 24시간 머무는데 드는 비용은 9만9000원(12시간 6만9000원), 고압 산소 방 1회 이용 5만5000원이다. 반려동물의 특성에 맞게 제작되는 아로마 룸 스프레이부터 입욕제, 방향제까지 살 수 있다. 한 대학병원 부속 동물병원은 항암치료 1회 이용시 40만~50만원, 혈액투석은 100만원의 비용을 받는다. 그러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이 비용 조차도 아깝지 않다.
2층 병동에 있는 반려동물들을 마주하자 노령의 무게가 느껴졌다. 한 마리는 사람이 반가웠던지 걸어오다 이내 발 옆에 엉덩이를 깔고 주저앉아 버렸다. 다른 한 마리는 아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소파에 얼굴은 묻은 채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두 마리의 개는 평온해보였다.이후 들렀던 장묘업체에선 동물의 존엄성을 생각했다. 죽은 후 폐기물처럼 쓰레기봉투에 버려지지 않고 화장된 후 납골당에 안치되는 동물들을 보면서 주인들이 가졌던 반려동물에 대한 존중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장례를 치르는데 드는 비용은 최소 20만원 정도로 적지는 않다. 그러나 진심으로 위로 받았던 사랑에 대한 마지막 보상을 단순히 절대적인 금액으로 환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을 책임질 수 없다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옳다. 처음엔 귀여워서 기르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현실적인 비용 부담 때문에 버리는 사람이 많다. '반려인은 반려동물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잘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책임도 있다'는 리타 레이놀즈의 말에 동감한다.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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