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은행들은 돈 푸는데‥한은의 '금리 인하' 고민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한국은행이 주목한 글로벌 중앙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단 한 곳이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바로 주요 국가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바로미터였기 때문이다. 한은 역시 그간 미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에 맞춰 주요국 중앙은행과 기준금리 인하 경쟁을 펼쳐왔다. 금리 동결과 인하 카드에 인상을 작년 말에 새롭게 추가한 것도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해서였다.하지만 최근 들어 주요 국가 중앙은행들이 '상식에 어긋나는'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어 앞으로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고 중국 중앙은행도 연일 수조 원대의 유동성을 풀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과 중국의 경기둔화 등으로 경제가 휘청거리자 경기진작에 방점을 찍고 강력한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극약 처방은 다음달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6월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 달 10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밑밥은 던져졌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15일(현지 시간) 유럽의회 연설에서 "금융시장 혼란이나 국제유가 하락이 유로존 안정을 해치는 위험으로 작용한다면 3월 회의에서 주저 없이 행동할 것"이라며 말했다. 최근들어 커지고 있는 유럽 주요 은행의 부실 공포를 돈을 더 푸는 특단의 조치로 떨쳐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로 한 일본은행(BOJ)도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앞서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12일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대응할 것"이라며 추가 금융 완화를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14∼15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은행들은 BOJ가 기준금리를 최대 -0.05%까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금리인상기로 돌아섰던 미국 마저 마이너스 금리를 운운하기 시작했다. 미 연준이 3월에 두 번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쏙 들어갔다. 예상치도 못했던 변수가 복합적으로 뒤엉키자 한은은 일단 금리 실험에 동참하기 보다는 냉정하게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인하란 카드를 꺼내들 경우 자칫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6일 금통위서 8개월만에 등장한 소수의견에 금리인하 기대심리가 커지자 이주열 총재가 "통화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비상식적으로 대응할 때가 아니다"며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낸 것도 그래서다. 이는 기준 금리 인하에 반대하지만 이 총재 역시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한 특단의 대책에 대한 고심이 한층 깊어졌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금융시장의 반응도 팽팽히 갈린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내수의 회복세가 꺾이고 수출 부진이 심화되면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 힘들다"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자칫 금리를 내리면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전 금융시장의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반면 해외 투자은행들 사이에서는 다음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당연시 하는 분위기다. 이미 노무라와 씨티그룹, 바클레이즈, ANZ은행그룹, BNP파리바 등은 3월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했다.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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