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문화·표준 적극 수용,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도 분리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전자가 선진국에 이어 신흥시장에서도 주재원수를 줄이고 현지 채용을 늘려가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 기업 문화를 고집하던 종전과 달리 글로벌 기업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지법인들을 대상으로 주재원 현황 파악에 나섰다. 맡고 있는 업무와 현지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진출한 지법인들이 지난 연말인사를 통해 상당수 주재원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낸데 이어 신흥 시장에 진출한 지법인까지 주재원수를 줄이고 현지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법인들의 현지 채용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주재원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전체 주재원 수는 꾸준히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움직임은 해외 진출시 한국 특유의 기업문화를 유지하던 종전의 움직임과는 사뭇 다르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지화가 중요한 만큼, 주재원 구성도 현지 인력 중심으로 꾸려가겠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현지화'를 강조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차원서도 글로벌 기업 문화는 물론 글로벌 표준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호텔신라 등 주요 계열사는 오는 3월 예정된 정기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기로 했다. 종전 정관에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임하게 돼 있지만 변경된 정관은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일원중의 1인으로 바뀐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와 상관없이 이사회 의장직을 별도로 선출하게 한 것이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이사회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기로 한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 대다수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인 만큼 삼성도 글로벌 표준에 발맞추기 위해 계열사 대다수가 정관 변경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오너에 대한 과도한 의전도 없애나가고 있다. 이 부회장 홀로 출장을 떠나고 현지에서 과도한 환영행사를 없애라고 지시하는 등 글로벌 기업에 맞는 조직 문화를 수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특별 교육을 실시해 모바일에티켓을 전파하고 계열사 사장단의 해외 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현지의 기술 동향을 살피는 한편, 기업 문화 개선을 독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며 한국의 토종 기업 문화를 현지 지법인에 강조해왔다면 삼성의 최근 움직임은 글로벌 기업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우리나라 특유의 기업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한국보다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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