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남북전투기 공중전… 핵시설 원점타격도 가능

공중전 상황을 한눈에 볼수 있는 임무통제실(ROT). [사진제공=공군]

조종사들이 출격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공군]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라이트 형제가 최초 비행에 성공한 이후 100여 년 동안 항공력은 정밀폭격, 거리, 속도 등 과학기술을 더해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각 국이 항공력에 힘을 쏟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력이 평시에는 전쟁을 억제하고 전시에는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 공군도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등 원점타격 훈련뿐만 아니라 전투기가 우리 공역을 침범할 경우를 대비해 맞춤형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 공군의 전술을 보기 위해 지난 2일 대규모 종합전투훈련(Soaring Eagle)을 하고 있는 공군 29전술개발훈련전대를 찾았다.

부대입구에 도착하자 정문에 걸려 있는 온도계가 한눈에 들어왔다. 눈금은 영하 13도. 공군부대 내 활주로를 타고 빠져나오는 칼바람을 맞으니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아래로 뚝 떨어졌다. 부대안에 들어서자 활주로 끝에 나란히 서 있는 F-4, F-5, F-16전투기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단일기종만 배치하는 평소와 달리 지난달 29일부터 진행중인 대규모 종합전투훈련(Soaring Eagle) 때문에 전투기가 종류별로 모두 모인 것이다. 마치 '전투기 백화점'을 보는 듯했다.

이번 훈련은 북한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와 유사한 기능의 전투기들로 구성된 가상 적군(Red Air)팀과 우리 공군의 전투기로 구성된 아군(Blue Air)팀으로 구별해 공중전을 벌이는 훈련이다.

조종사 대기실에 가니 "가상 적군의 지휘관을 맡았다"며 빨간명찰을 달고 있는 윤경식 소령이 인사를 건넸다. 윤 소령은 "적군과 아군 모두 서로 다들 알고 지내는 조종사 선후배 사이지만 훈련에 돌입하면 눈 인사 외에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투기들이 출격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공군]

인사를 마친 윤 소령이 전투기에 올라타자 가상의 적군을 맡은 조종사들도 뒤를 이어 전투기에 올라탔다. 이들을 보기 위해 활주로 끝에 위치한 비행통제탑으로 달려갔다. 적군의 역할을 맡은 F-4, F-5, F-16전투기가 15초 간격으로 활주로에서 굉음을 내며 비상하기 시작했다. 고추바람을 헤치고 날아오른 전투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어 아군 역할을 담당하는 F-16, F-15K 전투기가 연이어 날아올랐다.

이들의 공중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강원도 태백산 상공. 공중전 상황을 자세히 보기 위해 임무통제실(ROT)로 자리를 옮겼다. 군관계자는 "이곳을 언론에 공개하기는 처음"이라며 실시간으로 전투기 공중전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의실처럼 생긴 이곳에는 가로, 세로 2m크기의 모니터 4개가 전방에 설치되어 있었다. 속도, 고도 등을 나타내주는 모니터에는 전투기 모양 2개가 움직였지만 공중전이라는 느낌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자 통제관은 3D 입체영상으로 전환해 공중전 상황을 보여줬다.

두 전투기는 상대방 꼬리날개를 겨냥하기 위해 원형을 그리며 급선회 비행을 하고 있었다. ROT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전투기조종사들간의 대화가 그대로 전달됐다. 조종사의 거친 숨소리는 공중전의 긴박감을 그대로 나타냈다.

군 관계자는 "화면에는 느리게 보이지만 최고속도로 선회비행을 하고 있다"며 "공중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이 곳이야 말로 하늘의 전쟁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아군의 전투기에서 빨간색 선이 발사됐다. 아군이 적군을 향해 가상의 공대공미사일을 날린 것이다. 빨간색 선은 적기의 꼬리를 따라가더니 명중했다. 이날 공중전에서 우리 공군의 전투기는 5대에 불과했지만 북한 전투기 8대를 모두 격추시켰다. 군 관계자는 "적이 보유한 기종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아군의 전력이 우수해 먼저 보고 먼저 쏠 수 밖에 없다"며 "여기에 다양한 훈련에서 익힌 전술을 더 할 경우 백전백승을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훈련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의 라디오에서는 북한의 4차 북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결국 북한은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미사일 발사까지 강행했다. 가상 적군과의 공중전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다시 한번 펼쳐졌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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