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개인정보도 공개한 정부 포털…명퇴공무원 주민번호까지 버젓이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1. 경기도 고양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51세의 A씨. 부산에 있는 한 국립 연구원에서 20년4개월간 근속한 그는 60세 정년까지 약 10년을 남기고 지난 3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공업연구관 19호봉으로 과장급인 그는 이달 말까지 재직한 후 다음 달부터는 대전의 한 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취업할 예정이다.#2. 경남의 한 고등학교 3학년인 B군은 지난해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로부터 서면 사과(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1항) 처분과 함께 병과조치로 30시간의 특별교육을 이수했다. B군의 어머니도 4시간의 특별교육을 받았다. 같은 학교 2학년인 C군과 D군은 각각 교권 침해와 학교명예훼손, 3학년 E군과 F군은 절도로 선도위원회로부터 특별교육 조치를 받아 교육청 위(wee)센터 등에서 교육을 이수했다.#3.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G양은 2014년 11월 교회 선생님의 승용차 안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지난해 12월 말 이 학교 1층 회의실에서 교원과 학부모 등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고 위원회는 아직도 정신적 피해가 큰 G양에 대해 치료와 요양이라는 보호조치를 내렸다.국민 알권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운영 중인 정부의 정보공개 포털(open.go.kr)에 민감한 개인정보가 버젓이 노출되고 있다.앞선 3개의 사례는 모두 이달 들어 정보공개시스템에 올라온 것들로 12일 개인정보 노출이 확인된 것들이다. 통상 공개되는 문서가 생산일자로부터 7일간의 열람 유예기간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취재진이 확인한 개인정보 노출 사례는 지난 5일까지 단 5일간 등록된 문서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공개된 문서를 전수 조사할 경우 노출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정보공개포털 사이트에 노출된 개인정보 침해 사례

A씨의 경우 20년간 몸담았던 기관에 제출한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신청서가 그대로 올라온 경우다. 노출된 개인정보에는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주소지와 전화번호까지 고스란히 올라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B~F군의 경우는 학교 측이 특별교육 이수현황을 교육청에 제출한 자료에서 아무런 개인정보 보호장치 없이 고스란히 노출된 경우다. 이들의 경우 실명과 징계 사유, 선도위원회의 조치사항 등이 그대로 올려졌다. 특히 G양의 경우는 성폭행 피해 학생을 보호하겠다며 열린 자치위원회 회의록 전문에 실명과 함께 사건 개요가 그대로 노출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정보공개 포털에 공개되는 문서를 열람할 경우 통상 개인정보 처리절차와 문서 진위 확인 등 4단계를 거쳐야 문서가 열린다. 이때 문서에 개인정보가 있을 경우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이므로 청구신청을 통해 정보공개를 요청하라'는 메시지가 떠 더이상 진행이 안 되는 게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례에 나온 문서는 애초에 공개 설정되면서 아무런 제약 없이 누구라도 열람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정보 등록자의 단순 실수라 하더라도 노출된 정보에 민감한 내용이 많아 정보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해 공개된 정보는 중앙행정기관만 10만건으로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102만건, 교육청 530만건 등을 합하면 총 640만여건에 달한다. 지난달 새해 업무보고에서 행정자치부는 건강진료정보 등 22개 분야의 국가 중점데이터를 개방하고 원문정보 공개 대상 공공기관을 116개로 확대하는 등 정부3.0의 기치 아래 결재문서의 원문 공개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실적에 치우친 기계적인 정보 공개로 자칫 개인정보 노출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이달 초 행자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업체 5곳의 실명을 공개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의 경각심을 고취하고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겠다던 정부 스스로가 개인정보 노출에 무감각한 상황이어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행자부 관계자는 "텍스트 파일 문서의 경우 필터링 시스템이 적용돼 주민번호나 여권번호 등이 걸러지는데 이미지 파일이나 내용상에 민감정보가 있는 경우는 최초 등록자가 비공개로 해야 하는데 잘못 올린 것"이라며 "정부3.0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공개와 함께 정보보호이므로 해당 정보는 즉각 비공개하고 해당기관에 주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본지는 취재과정에서 개인정보 노출이 확인된 사례를 담당자에게 재확인하면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개인정보 침해를 예방하고자 해당 정보의 열람을 비공개로 전환하도록 요청했다.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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