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중력파 직접 관측 성공…올해 노벨물리학상 '0'순위
▲라이고는 미국의 두 곳에 설치돼 있다.[사진제공=LIGO]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우주과학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중력파 시대가 활짝 열렸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캘리포니아공과대학, 메사추세츠공과대학,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라이고, LIGO) 과학자들은 12일 오전 0시30분(우리나라 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중력파의 직접 관측에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우주과학계는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번에 검출된 중력파는 블랙홀 두 개가 자전을 하는 하나의 무거운 블랙홀로 합병되는 과정에서 충돌 직전의 채 1초도 못되는 짧은 시간동안 방출된 것이다. 두 블랙홀 간의 충돌은 이제까지 이론적 예측만 있었을 뿐 관측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2015년 9월 14일 미국 동부 일광 시간 오전 5시51분(국제 표준시 9시 51분)에 미국 리빙스턴(루이지애나 주 소재)과 핸포드(워싱턴 주 소재)에 위치한 두 곳의 라이고에서 중력파가 검출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우주과학에 이정표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아인슈타인이 1916년 논문을 통해 공식 발표한 중력파가 100년 만에 실제로 관측된 쾌거라 할 수 있다. 전자기파 등을 통해 관찰해 오던 우주과학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중력파는 우주공간에서 강한 폭발이나 충돌이 일어났을 때 발생하는 잔물결이다. 빛의 속도로 퍼져나간다. 중력파 때문에 시공간이 흔들리고 휘어진다. 시공간의 잔물결 현상이라고도 부른다. 천체가 충돌하는 순간에 강력한 중력파가 나온다. 지금도 우리 몸은 중력파의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느끼지 못할 만큼, 관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작다.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박사는 "중력파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우주 곳곳의 비밀을 벗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세기의 발견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라고 이번 연구 성과를 평가했다. 이형목 한국중력파 연구 협력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보면 질량 주변의 시공간은 중력파 때문에 휘어져 있다"며 "폭발이나 충돌과 같은 급격한 질량의 변화는 시공간을 크게 흔들어 놓을 것이고 이런 흔들림은 파동의 형태로 퍼져 나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중력파 관측 성공에 대해 "이 역사적 발견으로 이제 우리는 우주를 이해하는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력파의 장단점=중력파는 물질과 아주 약하게 상호작용한다. 이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아주 먼 거리까지 전파된다. 매우 먼 거리까지 전파된다는 것은 장점이다. 일단 관측만 된다면 새로운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 장점이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한다. 멀리까지 전파되긴 하는데 그만큼 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에 검출하는 게 쉽지 않다. 지금까지 검출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이다. 우주과학 분야의 주된 연구 수단은 지금까지 전자기파였다. 전자기파는 물질과 상호작용이 뛰어나다. 물질을 통과하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자기파를 이용해 파악한 천체는 대부분 천체의 표면에 대한 정보였다. 그 속을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21세기 들어 우주과학의 흐름은 초신성, 블랙홀, 빅뱅에 맞춰져 있다. 세 가지 모두 우주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주제들이다. 밀집도가 매우 높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전자기파를 이용해 이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직까지 블랙홀 내부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배경이다. 중력파 시대에는 달라진다. 초신성이 폭발할 때 중력파가 발생한다. 그동안 이에 대한 관측은 불가능했다. 중력파 측정이 가능하게 되면서 상황은 바뀐다. 밝혀내지 못한 우주의 여러 가지 현상을 규명할 수 있다. 빅뱅 순간에도 매우 강력한 폭발이 있었다. 이때 중력파를 측정한다면 초기 우주의 비밀에 까지 손을 뻗을 수 있다. ◆그 동안 연구 과정과 앞으로 계획=과학은 언제나 발전한다. 어떤 이들은 과학을 가전제품에 비교한다. 지금의 가전제품보다 미래에는 훨씬 뛰어난 제품이 나오기 마련입이다. 과학은 어제의 과학보다 오늘의 과학이, 오늘의 과학보다 미래의 과학이 더 발전된 모습이다. 100년 동안 중력파 연구는 이 같은 과학의 속성을 실천해 왔다. 중력파 검출 노력은 195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미국 물리학자인 조셉 웨버는 지름 1m, 길이 2m인 알루미늄 원통형 막대를 만들었다. 중력파 측정에 나섰다. 그의 막대는 천체로부터 오는 중력파를 검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89년 NSF로부터 승인을 받아 2001년 라이고가 완성된다. 라이고는 한 팔의 길이가 4km인 L자 형태를 갖췄다. 미국 핸포드와 리빙스턴에 각각 1대씩 설치됐다. 핸포드와 리빙스턴은 직선거리로 3000㎞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를 보면 약 0.01초 차이가 난다. 이 두 곳에서 시차 없이 동시에 관측이 된다면 중력파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유럽에는 버고(VIRGO)가 있다. 세 군데서 시차 없이 관측된다면 중력파일 가능성은 거의 확실하다고 보면 된다. 라이고와 버고는 현재 업그레이드 중에 있다.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이 본격 운용되면 현재보다 감도는 10배 정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력파가 관측되면서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기술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력파 검출기 성능 향상을 위해 유럽은 이른바 '아인슈타인 망원경(Einstein Telescope)' 건설을 위한 기본 연구까지 진행했다. 감도가 더 높은 중력파 검출기가 순차적으로 개발된다면 우주 탄생 비밀이 하나씩 벗겨질 날은 머지않아 보인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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