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경제성장률 전망, 2% 시대에 걸맞아야

노종섭 금융부장

이명박 정부하면 국민 사이에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747일 게다. 연평균 7% 성장, 소득 4만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을 통칭하는 747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다. 747 공약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의 재임기간 내내 그를 괴롭히기도 했다. 재임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3.2%에 그치면서 야당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기 일쑤였다. 국민소득, 선진 7개국 진입 모두 애당초부터 달성 불가능한 것으로 대국민사기극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것은 '474 경제비전'이다.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물 건너갔다는 관측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3년 평균 성장률은 2.9%로 3%를 채 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모두 나라의 경제규모, 즉 국민소득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가를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지표를 놓고 숫자놀이를 한 셈이다.민심을 고려해야 하고 포퓰리즘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권이야 그렇다 치고 정부의 숫자놀이에 춤을 춘 한국은행의 행태는 혀를 차게 한다. 독립기구 한은의 현주소다.매년 12월 이듬해 경제성장률을 내다보는 한은의 전망치는 실제 성장률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정부의 눈치를 본 것인지, 예측을 잘 못한 건인지, 희망 성장률을 발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정도의 격차라면 한은의 공신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주체로부터 비난을 받기에도 충분하다. 2007년12월 발표한 2008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7%로 실제 성장률 2.8%보다 1.9%포인트 높게 잡았다. 2009년도 2.0%(이하 실제성장률 0.7%), 2010년 4.0%(6.5%), 2011년 4.8%(3.7%), 2012년 4.7%(2.3%), 2013년 4.2%(2.9%), 2014년 3.8% (3.3%), 2015년 4.0%(2.6%)로 2010년을 제외하고 최대 2.4%포인트 높게 전망했다. 지난해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에서도 한은은 당초 전망치 3.7%에서 낮춰 잡아 3.0%로 수정했지만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은은 내년의 경우 3.2% 성장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는 아예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경상성장률 달성에 총대를 멨다. 정부는 올해 경제의 실질성장률을 3.1%로 전망하면서 '경상성장률 4.5%'라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3%대 잠재성장률과 2%대 물가성장률을 결합해 경상성장률 4.5%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한은으로서는 0%대인 물가성장률을 2%로 끌어올려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물가안정에 주력해 온 한은이 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기이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결국 서민들의 부담을 늘려 성장률 숫자를 끌어 올리겠다는 의도다. 정부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경상성장률을 내놓는 꼼수를 썼고 한은이 여기에 국민들의 생활물가를 올리는 악역을 맡은 것으로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경제주체가 이를 기반으로 전략과 예산을 짜기 때문에 중요한 경제지표다. 부풀리거나 낮춰 잡을 경우 경제주체들의 1년 계획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 과거 5% 이상 성장을 이어갈 때의 경우 실제성장률과 전망치간 0.5%포인트 정도의 차이는 체감도가 크지 않았지만 2%대 성장 시대에는 0.1%포인트의 차이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런데도 자꾸 경제상황과 동떨어진 희망만을 담거나 보여주기식 수치만을 반영하는 구태가 계속되고 있다. 2%대 성장시대에 걸맞은 성장률 전망이 필요하다. 독립기구 한은의 위상이 절실한 때다. 노종섭 금융부장 njsub@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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